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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2-28 조회수 : 2557

자신을 내려놓을 때 거기에 참 생명이...  


[말씀]

■ 제1독서(창세 22,1-2.9.10-13.15-18)

그리스도교 전승과 마찬가지로 유다교 전승에서, 아브라함의 이사악 제물 봉헌 이야기는 철저한 영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다. 아브라함에게 외아들 이사악은 자신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생명이었으며, 따라서 생명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대표하는 존재였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아들을 제물로 봉헌하려 했음은 결국 자신의 인간적 의지를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포기를 통해서 아브라함은 새로운 생명 곧 이사악을 되찾으며, 이로써 이사악은 이제 단순한 육체적 결실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적 선물로 머문다.

■ 제2독서(로마 8,31-34)

당신의 외아들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서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주시는 사랑으로 계시되며, 이를 믿어 고백할 때 우리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자리할 수 있다. 이런 신앙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은 우리를 두려움 속에 떨게 하신다는 잘못된 신앙 개념을 떨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도 바오로가 ‘의화’(義化)로 표현하고 있는 주님과의 참된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 이 만남만이 우리의 삶을 가능케 하며, 늘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복음(마르 9,2-10)

베드로가 ‘메시아’로 고백한 예수님은 앞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수난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바 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죽음에 부쳐질 그분의 현실적 운명을 넘어 이 죽음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부활의 영광, 새로운 생명을 희망하도록 초대하고 있으나, 제자들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두려움 속에 더욱 빠져든다.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성령이 강림하신 다음에야 비로소 제자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부푼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새김]

■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생명에 대한 애착을 갖게 마련이다. 오늘 성경의 말씀들 역시, 다분히 역설적이기는 하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전제로 참 삶의 길과 그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말씀들이다. 하느님과 우리 자신의 관계가 단순히 외적인 관계가 아닌 그 이상의 것, 곧 영적인 것이라면, 성경의 말씀대로 자기 자신을 철저히 버리는 삶을 통해 참 생명을 지향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참 생명은 오로지 하느님과의 의로운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을 드러낼 사순시기이다.

■ 하느님과의 의로운 관계는 그러나 우선은 인간 상호간의 의로운 관계를 통해 표현되고 체험된다. 가족, 이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로 자기의 것을 버리는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서로의 관계는 더욱 다져지고 지속될 것이다. 참 만남, 참 생명을 얻기 위해 버릴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적극 실천에 옮기는 신앙인다운 삶을 다짐하자. 자기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버리는 삶으로 하느님을 모시고 이웃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갈 사순시기이다.


교우 여러분, 버리는 것 이상으로 신앙의 기쁨과 보람이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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