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루카 11,14-23
벌하시다가도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니 길은 참 많고도 많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 있고,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 저기 수많은 지뢰가 매설된 지역, 그래서 크고 빨간 글씨로 ‘절대 출입 금지’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길은 절대로 걸어서는 안 되는 길이겠지요.
전문 등산객들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이런 말도 있습니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것이 원칙이다.” 맞습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가장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깜박하고 목적지를 놓치고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재빨리 유턴 지점을 찾아 목적지를 향해 돌아서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목적지를 잃고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가 깊은 수렁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는 것입니다.
기본이 뭔지? 상식이 뭔지?
인간으로서 통상적으로 해야 할 바가 뭔지? 헤아려보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지도와 좌표를 확인하고, 목표를 재설정하고, 그 방향을 향해 걷는 것입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회심’이요 ‘회개’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동족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이렇게 외칩니다.
“그들은 순종하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
그들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하였다.”(예레미야서 7장 24절)
참으로 딱한 백성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표현대로 그들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길이 아닌 길을 걸었습니다.
절대로 들어서지 말아야 할 우상숭배의 길, 사탄의 길, 짐승의 길, 불순종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예언자들의 간절한 외침에 귀를 꼭 틀어막고 배신과 불순종의 길을 걸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내린 하느님의 진노는 끔찍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은 벌하시다가도 눈물 흘리시는 분, 내리치시다가고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시니,
또 다시 당신 백성들을 가련하게 생각하시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니다.
또 다시 우리 인간을 향해 허리를 굽히시며 통사정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만 온전히 걸어라.
그러면 너희가 잘 될 것이다.”
(예레미야서 7장 23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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