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제 가방에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을 챙겨주셨습니다. 점심 식사로 먹을 김밥, 간식으로 먹으라며 싸주신 과자, 사탕 그리고 음료수까지 가방에 하나하나 넣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가방을 직접 들고 신나게 소풍을 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여행 가자.”라는 어머니 말씀에 그냥 좋았고, 제 가방에는 굳이 별다른 것을 넣지 않았습니다. 즉, 제가 간식과 점심 식사를 직접 챙겨갈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챙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꼼꼼하게 하나하나 챙겨 가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것 역시 이런 이점이 있습니다. 주님 없이 나 혼자만 나아간다면 모든 것을 다 내가 챙겨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하면 우리의 부모님이신 주님께서 다 챙겨 가십니다.
주님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주님의 뜻을 따르면 됩니다. 이것이 짐이고 구속인 것처럼 생각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부모님이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의 뜻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성토요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안 계신 상태, 그래서 교회에서는 노자 성체만 모실 수 있으며,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미사가 없으며, 어떤 전례도 없습니다. 모든 십자가는 자색 천에 의해 가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재를 확실하게 느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없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까지 나와 함께 하신 주님의 사랑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도저히 이 세상 삶을 충실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챙겨주셨던 것을 묵상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냥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주님의 사랑에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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