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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9일 _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09 조회수 : 2484

얼마 전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게 읽어보라며 보내준 책이었습니다. 원래 공짜로 받은 책은 잘 읽히지 않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인상 깊어서 곧바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당뇨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된 남편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준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이식 전의 감정과 이식 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사실 신장을 이식해준다는 것이 부부관계라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큰 고통과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여자의 고통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여자 모두가 신장을 이식받고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도 아니랍니다. 또 공여자는 더 이상 개복 수술을 받을 수가 없으며, 여러 암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아내도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사랑만으로 이 모두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식 수술로 인한 인간 육체의 고통도 문제지만, 수여자의 건강이 좋아지지 않고 공여자인 자신도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아주 열심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으로 이겨냅니다. 신앙을 통해 사랑이 커지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고기잡이에 나선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본 순간은 바로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을 때였습니다. 처음 제자들을 부를 때 곧바로 순종했듯이, 주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그물을 던졌고 너무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사람만이 많은 사람을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님을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은 요한이었지만, 주님께 먼저 다가가기 위해 호수로 뛰어 들어간 것은 베드로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라는 말에 곧바로 응답했던 사람도 베드로였습니다.


처음 부르심을 받았을 때, 그리고 예수님과 전교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들은 주님께 대한 사랑이 커졌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배신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니까요. 그러나 그 사랑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의심하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진짜 사랑을 주님께 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사랑 실천의 중요함


한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지옥 불에서 고생을 하며 그는 자신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비록 남을 위해 특별한 사랑을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생 죄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외쳤습니다.


“왜 제가 지옥에 있어야 합니까? 저는 죄짓지 않았어요!”


바로 그때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맞다. 너는 평생 어떤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너는 좋은 일도 한 적이 없다. 너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그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사랑 실천이 전혀 없었습니다. 즉, 죄인은 용서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지만, 사랑 실천이 없는 사람은 구원의 길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긴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랑 없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을 그렇게 꾸짖으셨던 것입니다.


죄의 있고 없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있고 없음입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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