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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19 조회수 : 2581

예수님의 손가락은 이 세상 너머, 영원한 나라에서 누리게 될 불멸의 생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힐링 피정 오신 교우들을 안내하며 차창 밖을 내다보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환상적이던 풍경들이 순식간에 뒤바뀌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려하고 찬란했던 나무들은 속절없이 꽃잎들과 작별하고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니 영원하지 않다는 것, 한결같지 않다는 것,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 세상 것들이 지닌 특징입니다. 절정의 나날에 그 화사했던 얼굴들이 며칠 사이에 고개를 떨굽니다.
유한하기 그지없는 세상 것들이 지닌 형상을 바라보며 드는 한 가지 생각은 ‘모든 것이 헛되다’, ‘모든 것이 허무로다’입니다.
 
결국 영원히 시들지 않는 것, 끝까지 청청하게 남아있는 것, 언제나 살아있는 것은 하느님께 속한 것뿐입니다.
오늘도 한치 앞 눈앞의 것들에만 혈안이 되어 아등바등 살아가는 제게 예수님의 권고말씀이 쿵 하고 큰 울림을 건넵니다.
 
“너희는 썩어 업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요한 복음 6장 27절)
 
썩어 없어질 양식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외양이 그럴듯 해보이지만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실상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영원성,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성찰 없는 성공이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겸손이 사라진 권위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양심과 지성이 결여된 명예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정직과 나눔이 없는 부가 썩어없어질 양식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참된 부와 그릇된 부, 진품과 명품, 영원한 보화와 짝퉁을 구분할 수 있는 은총과 식별력을 청해야겠습니다.
 
빵을 많게 하신 예수님의 기적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군중의 태도는 아주 집요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그들의 기대치는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더 엄청난 기적, 더 큰 파워, 더 놀라운 표징...
 
군중의 그러한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들의 삶은 그만큼 힘겨웠고, 절실했던 것입니다.
오랜 외세의 압제와 무능한 왕권, 부실한 지도자들로 인한 백성의 나날은 언제나 불안하고 곤궁했습니다.
그로 인해 백성의 마음 저변에는 보다 강력한 지도자, 이 비참한 현실을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는 절대 권력자,
초강력 메시아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장 오늘, 단 한치 눈 앞의 세상에만 몰두하고 전념한 나머지, 한 차원 너머, 이 세상 너머의 보다 가치있는 세계를 보지 못하는 군중을 책망하십니다.
 
군중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기대한 표징은 외적이고 물리적이며 현실적인 기적이었습니다.
오늘 이 이해못할 현실을 단 한번에 뒤바꿔놓는 기적, 오늘 이 고통스런 병고를 단번에 치유하는 기적,
우리의 끝도없는 다양한 욕구들을 원없이 충족시키는 기적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바라보는 우리 역시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손가락은 이 세상 너머, 영원한 나라에서 누리게 될 불멸의 생명을 가리키고 있는데,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발밑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신뢰하고 따르는 근본적이고 최종적인 이유는 현세적인 충족이나 만족을 넘어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여러 기적이나 표징의 최종적인 주체와 목적 역시 하느님 한분 뿐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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