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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4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6-04 조회수 : 2317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양치기 목동에서 통일 이스라엘 왕의 자리에 까지 오른 다윗의 생애는 참으로 파란만장합니다.
다윗 왕의 생애와 활약에 대해서는 사무엘, 열왕기, 역대기 등의 구약성서에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선왕이었던 사울 왕과의 갈등, 압살롬의 쿠데타 등 높은 장애물들을 극복해나가면서 불안하고 미약했던 권력기반을 안정시킨 다윗 왕은 마침내 이스라엘 민족의 가장 큰 왕, 성왕(聖王)으로 착좌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윗 왕 역시, 까놓고 보면 우리와 비슷한 한낱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충신 중의 충신 우리야 장군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어 억울한 죽음을 맞게 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를 차지합니다.
 
겉으로는 대단했던 그도 사실 알고 보면 약점투성이었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왕 중의 왕이던 그였지만 유혹 앞에 갈등하고 수시로 흔들리던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이런 다윗 왕이었는데, 율법학자들은 메시아를 ‘다윗의 자손’이라고 칭합니다.
물론 복음서 여러 곳에도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향해 ‘다윗의 자손’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리코란 지방에 가셨을 때 바르티매오란 눈먼 거지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마르코 10장 48절)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군중들 역시 이렇게 외쳤습니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마태오 21장 9절)
 
‘다윗의 자손’이란 표현은 이스라엘을 구원하러 올 ‘메시아’란 단어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는 단단한 못 하나를 박으십니다.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 되느냐?”
 
예수님께서는 아주 정확하고 단호하게 세상의 왕 다윗에 대한 영원한 왕, 메시아와의 차별성, 우월성을 확증하고 계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다윗 왕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우리나라의 1/4에 해당되는 소국의 왕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메시아 예수님께서는 온 세상, 우주만물을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이십니다.
 
다윗 왕 천수를 누렸다고 하지만 그의 왕으로서의 재위기간은 40년도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메시아 예수님의 통치는 세세대대로 영원무궁할 것입니다.
 
다윗 왕,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아주 겸손했지만, 참으로 허물 많은 인간이었습니다.
자기 한 목숨, 자기 부양가족 챙기기도 바빴습니다.
 
그에 비해 메시아 예수님은 무결점, 무죄, 순수 그 자체였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내어놓으셨습니다.
 
다윗의 고백대로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 다윗의 자손이 아니라, 예수님의 자손이 다윗입니다.
다윗의 아버지, 다윗의 왕, 다윗의 스승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나를 위해 있는 멋진 반지 하나를 만들라.
그 반지에는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다윗 왕의 부탁에 세공인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반지에 새길 마땅한 글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공인은 나이가 어렸지만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솔로몬 왕자는 이런 글귀가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갖은 유형의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건강과 질병,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사실 시간과 더불어
‘이 또한 지나갑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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