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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6-06 조회수 : 2596

어렸을 때의 기억 하나가 떠올려졌습니다. 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매년 봄이 되면 제비가 날아와서 둥지를 쳤습니다(박 씨는 한 번도 가져다주지 않더군요). 제비 둥지를 보면서 정말로 신기했습니다. 특히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둥지에서 새끼 제비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작고 예쁜 새끼 제비를 볼 수 있었지요. 

현재, 성지에서 제일 큰 나무 꼭대기의 까치둥지를 볼 수 있습니다. 도저히 사람의 손이 다을 수 없는 곳에 만든 까치둥지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보았던 제비 둥지는 늘 사람이 사는 집 처마 밑에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둥지를 만들어야 안전할 것 같은데 제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글쎄 제비는 사람 가까이를 제일 안전한 곳으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뱀이나 구렁이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제비를 다른 동물로부터 보호해 주었으며, 주변이 조금 지저분해지더라도 좋은 새라면서 환영했습니다. 

제비의 사람에 대한 믿음을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우리 역시 힘 센 분 밑에 머물러서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주님이십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성체성사를 특별히 기념하고, 그 신비를 함께 묵상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와 늘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단순히 2천 년 전, 잠깐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을 만난 사람들에게만 깊은 감동을 주시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살아있는 빵으로 우리 곁에 계시기 위해 성체성사를 세우셨고, 자그마한 성체 안에 내재하시면서 우리가 쉽게 당신을 모실 수 있도록 하십니다. 

이렇게 사랑으로 다가오신 주님이신데, 우리는 그 사랑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스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한 마음으로 인해서, 마치 예수님을 반대했던 당시의 종교지도자처럼, 입으로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예수님과 정반대의 길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매번 최고의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키워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사람들과 함께 사는 제비들처럼, 우리 역시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주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주님 안에서 참 기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오늘 성체를 모시면서 이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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