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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11 조회수 : 656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죄인, 용서받았으니 용서할 줄 아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죄인을 사랑하십니다!
 
 
회심 이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바오로 사도의 인생 여정 안에서 참으로 놀라운 모습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제자 베드로 사도와 더불어 이방인의 사도로서, 초대교회를 떠받치던 양대 기둥 가운데 하나요,
탁월한 지도자로 거듭난 그였지만, 평생토록 한없는 겸손의 덕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더 이상 잘난 체 하거나 허세를 떨지 않았습니다.
초대교회 공동체의 교계 구조 안에서 최고의 자리에 계시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공동체 내에서 끝자리에 두고 교우들을 섬겼습니다. 
틈만 나면 참회하고 또 참회하면서 죄인들의 본보기가 되어 주셨습니다.
 
어제 강한 비바람에 수북이 떨어진 낙엽을 쓸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당 쓰는 일은 한번 하고 끝낼 일이 아니로구나. 낙엽이 쌓일 때 마다, 틈나는 대로 쓸고 또 쓸어줘야 되는구나.’
 
우리가 지난 시절 저지른 심각한 잘못, 그리고 일상적으로 짓는 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참회했다고, 한번 고백성사 봤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죄를 지을 때 마다, 틈날 때 마다, 참회하고 또 고백하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러하셨습니다. 
그는 기회 닿는 대로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허물과 흑역사를 솔직히 고백하셨습니다.
때로 너무 부끄럽고 참담해 감추고도 싶으셨을 텐데,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있는 그대로, 조금의 가감도 없이 자신의 수치스런 지난날을 고백하며, 끝도 없이 성찰하고 참회했습니다.
 
그런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 오늘 첫 번째 독서인 티모테오 1서에도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티모테오 1서 1장 15~16절)
 
오늘 루카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
폭풍우 속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신앙의 소유자가 되는 가장 좋은 비결 역시 바오로 사도가 지니고 계셨던 한결같은 겸손의 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 유형의 죄인들이 있습니다. 너무 지나친 죄의식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머리칼보다 많은 죄 속에 파묻혀 살아가지만
손톱만큼의 죄의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죄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아는 겸손한 죄인, 용서받았으니 용서할 줄 아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죄인을 사랑하심을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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