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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5 조회수 : 859
9월25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마르코 9,38-43.45.47-48
 
사람을 사랑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마귀들을 쫓아내시고 병을 고쳐주시며 복음을 전하십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반전매력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은 항상 그들의 생각을 뒤집으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고 알아들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난하고 돌아가셔야 하는 것을 아는 것이 그들에게는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손”에 넘겨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서 사람들은 명확히 규정된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 반하는 분이란 뜻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믿나요? 나를 믿나요? 나를 위해서 사나요? 부모가 없는 아이는 자기만을 위해 삽니다.
그래서 나뿐인 사람, 곧 나쁜 사람이 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부모를 믿는 사람은 부모를 위해 삽니다. 
그래서 나에게서 조금 벗어납니다. 
하지만 부모를 믿고 부모의 말을 따르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될까요? 인간은 부모조차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인간이 인간을 아무리 사랑하려 해도 그리스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넘겨져야 하시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사랑을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세속-육신-마귀입니다. 부모를 사랑하더라도 이 욕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그 욕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인 이상 이 욕구는 끊임없이 우리를 옭아맵니다.
어차피 이 세상 사람들은 다 돈과 쾌락과 교만으로 살아서, 세상 사람을 믿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살아도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흥행하는 우리나라 드라마 중 ‘오징어 게임’이란 것이 있습니다.
참가자 한 명당 1억씩 해서 456억의 상금을 걸고 생사를 오가는 게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렸습니다. 
 
여기에서 이정재는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부터 꼬일 대로 꼬인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당뇨로 고생하면서도 월세를 위해 일을 하는 노모와 함께 삽니다.
아내는 이정재의 무능으로 이혼을 하여 다른 남자와 살고 있고 아이의 양육권도 아내가 가져갔습니다.
이정재는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경마를 하며 어머니 돈까지 탕진합니다. 
 
경마에서 간신히 딴 돈은 소매치기당하고 사채업자에게 쫓겨 신체 포기각서까지 씁니다.
아이 생일이라 치킨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땡전 한 푼 없어 간신히 떡볶이나 사주는 자신의 처지가 딱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유가 나타납니다.
공유는 돈이 잔뜩 든 가방을 열어 보이며 딱지치기를 해서 이기면 10만 원을 주고 지면 뺨을 한 대 맞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뺨을 맞으면서도 수십만 원을 벌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용돈도 몇만 원 드립니다. 
 
공유는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명함을 줍니다. 처음엔 그저 뺨이나 맞는 게임인 줄 압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지면 무참하게 죽여버립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을 하며 반수 이상이 죽습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투표로 이 게임을 더는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모두가 돈이 없어서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기에 그들은 다시 게임장으로 갑니다.
이정재도 돈이 없어서 언제 장기가 적출될 줄도 모르고 어머니는 당뇨 때문에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월세라도 벌려고 일을 다닙니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한다고 남과 경쟁하여 남을 죽이면서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는 돈에 대한 욕심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 때문에, 아내 때문에, 자녀 때문에 더 돈 욕심을 내게 됩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은 이웃을 위해 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위해 살게 되기 때문에 사랑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자기를 위해 사는 사람은 생존본능에만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이는 이기적인 성향을 벗어나기 위해 부모를 위해 삽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살 때 나의 이기심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결국엔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고 성공한 자녀이기 때문에 계속 부모를 위해 살다가는
또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고에 다니던 어떤 공부 잘하던 학생이 공부를 잘할 때 엄마가 칭찬을 해주니 결국엔 전교 1등을 합니다.
하지만 성적표를 두고 ‘엄마 됐지?’라는 글을 남기고는 아파트에서 투신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웃을 위해 사는 것만이 나를 이타적인 사람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돈도 필요 없으시고, 쾌락도 원하지 않으시며, 겸손하신 분이라 우리가 세상 것들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이 좋아하시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위해 사랑하면 세속-육신-마귀의 욕망에서 자유롭게 되기에 이웃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주제는 그 게임을 만든 사람의 이 대사에 다 들어있습니다. 
“아직도 사람을 믿나?”
 
사람은 어차피 모두 돈에 집착하는 존재란 뜻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살기보다는 그리스도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믿을만한 분은 그리스도밖에 없습니다.
그분 때문에 하는 사랑이 아니고 단순한 인간을 위한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모두 오염되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죽인 것은 사람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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