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때, 어느 본당 사제관이 아닌 일반 아파트에서 살면서 1년 동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안 살림을 도와줄 사람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니 모르는 것투성이였지요. 식사, 빨래, 청소 등 주부의 역할이 이렇게 큰 것이었는지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주부로는 초보일 수밖에 없는 제가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너무 복잡했습니다. 재활용품, 음식물, 가구, 전자제품, 의류…. 버려야 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너무 복잡하니 짜증이 났고, ‘조금 더 간편하게 분리수거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면서 정부 시책에 대해 비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리수거가 몸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불평불만 없이 오히려 이렇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줌에 감사의 마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알게 되니 불평불만도 사라졌습니다.
김미경 강사의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적인 힘이 부족하면 나의 불행을 확대해석한다.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
이 세상 삶을 살면서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음을 자주 깨닫습니다. 불평불만을 하는 이유 중에 많은 부분이 알지 못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님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주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불평불만부터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나타나엘이 예수님을 만납니다. 사실 나타나엘은 나자렛 출신인 예수님에 대해 그렇게 좋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예수님을 대수롭지 않은 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대화를 통해서 그는 예수님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지난날을 아시는 분이었으며, 그분으로부터 이제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도 듣습니다.
그는 변화됩니다. 왜냐하면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님을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갔습니다.
우리 역시 일상 삶 안에서 예수님을 아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변화될 수 있으며, 가정과 일터 더 나아가 이 세상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말씀하셨던 더 큰 일을 우리 역시 보게 될 것입니다. 즉,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동시에 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때, 그만큼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