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막바지에 휴가를 떠났었습니다. 특별히 부친상을 치르면서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충북 단양에 걷기 좋은 길들이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푹 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동시에 많이 걸으면서 몸도 마음도 회복할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성지에서 출발해서 막히는 서울 올림픽대로를 타고 쭉 가다가 드디어 고속도로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교통 체증이 심했기에 첫 번째 휴게소에 들어가 쉬면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없었습니다. 지갑이 없는 것입니다. 급하게 떠나느라 지갑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돈 한 푼 없고, 신용카드도 없어서 밥 한 끼 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2시간 갔던 거리를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충북 단양까지는 8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무조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것은 챙겨야만 합니다.
하느님 나라 가는 것도 입으로만 하느님 나라에 가겠다고 말하면 그만일까요? 꼭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야 합니다. 바로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난관에서도 하느님께 매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오만한 재판관이 끈질기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가난한 과부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과부는 돈도, 그리고 권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의지할 때가 없었습니다. 즉, 이 여인은 어떤 공정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이 여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끈질기게, 그리고 성가시게 재판관을 조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런 끈질긴 노력을 통해서 이 여인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라고 말씀하시지요.
지금 나는 과연 어떤가요? 나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혹시 ‘나는 안돼’라는 포기의 마음으로 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던 가난한 과부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유는 바로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 앞에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음에 등장하는 과부처럼 끊임없는 노력으로 주님 앞에 나가 청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반드시 챙겨야 할 한 가지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힘차게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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