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몇 년 동안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강의하다 보면 좀 더 관심이 가는 학생이 생기더군요. 이런 학생에게는 좀 더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고 더 주목해서 보게 됩니다. 공평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특히 더 관심이 가는 학생은 꼭 있었습니다.
어느 미술 학원에서 선생님의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관심이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학생이 연습하는 작품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학생들에게 소묘 연습을 시키고는 잘하는지 둘러보다가, 관심이 가는 학생의 스케치가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탄을 잡고 특별히 수정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이날 후로 미술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더는 그림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학생은 선생님의 도움이 자신의 그림 솜씨가 형편없어서 해주신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른 학생은 아무도 이런 식의 수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호의가 오히려 이 학생에게는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이, 뒷걸음질하게 만드는 절망의 생각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생각이 필요합니다.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을 맞이하여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르심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제자들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을까를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만약 세속적인 마음만 가득했다면, ‘제자가 된다고 돈과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제자가 되어서 뭘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부르심에 거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르심에 응답한 제자들의 모습은 그런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하다 말고 그물을 버리고 또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던 것입니다.
제자들의 마음에는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 찼으며, 하느님 나라라는 희망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주님을 온전히 따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부르심에 온전하게 응답하고 있을까요? 자기 마음의 상태를 보면, 온전하게 응답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을 간직해야 하며, 절망의 생각이 아닌희망의 생각으로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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