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마리아
[말씀]
■ 제1독서(미카 5,1-4ㄱ)
기원전 8세기 아시리아 제국의 침공시, 예루살렘으로 피신했던 시골 출신 예언자 미카는 타락한 사회와 종교 현실 앞에서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한다. 특히 이스라엘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백성들의 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예언자는 참된 지도자 메시아의 출현과 함께 이런 세상은 정화되고 말리라 예고한다. 유다 지파의 지역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베틀레헴에서 탄생할 메시아는 백성들을 하나로 모아 이 세상에 주님의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
■ 제2독서(히브 10,5-10)
다른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유다교의 신도들은 각종 종교의식에 힘입어 자신들을 좀먹는 악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나, 이와 같은 종교의식들은 외적인 정화(淨化)만을 허용했을 뿐이며, 예언자들의 비난을 통하여 하느님으로부터 거부되기 일쑤였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성부의 뜻에 응답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완전한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신 분이며, 이로써 생명의 원천인 참 제사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복음(루카 1,39-45)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예고를 접한 마리아는 길을 떠나 요한 세례자를 태중에 품은 즈가리야의 아내 엘리사벳을 방문한다. 아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를 통하여 은총의 하느님은 요한 세례자로 대표되는 당신 백성을 방문하신 셈이다. 성령의 인도로 마리아 방문의 의미를 깨달은 엘리사벳은 하느님 은총의 선물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고 있는 마리아에게 축하의 인사와 함께 기쁨을 나눈다.
[새김]
■ ‘그리스도’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서 ‘기름부음받은이’ 뜻하며, 이는 히브리어 ‘메시아’의 번역이다. 하느님은 특별한 임무를 맡기실 때 기름으로 축성하시며, 그 가운데 신정(神政: 하느님의 다스림)을 이 세상에 구현할 사명을 지닌 왕들이 일차적인 대상이 된다. 메시아 사상은 이렇듯 왕정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새 임금의 즉위는 새로운 메시아의 탄생으로 표현되기에 이르며, 어떤 임금이 하느님의 뜻을 구현하지 못했을 경우 또 다른 메시아 곧 새 임금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른 왕이 거의 없었다는 역사적 체험은 메시아 사상 속에 이상적 인물을 그려 넣기 시작한다.
■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계획을 실현할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 에덴 동산에서의 범죄 이후 죄로 물든 인류의 역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참 메시아를 파견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를 협조자로 초대하시며 그분의 품을 빌리신다. 엘리사벳의 인사 말씀대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에 복되신”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김으로써 구세주의 거처가 되었듯이, 우리 역시 하느님의 뜻을 향해 열린 마음, 자신을 온통 낮추는 마음으로 성탄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거처가 되어드리자.
교우 여러분, 성모님처럼 말씀을 품는 삶으로 성탄에 다가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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