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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1-06 조회수 : 961
1월6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요한1서 4,19―5,4,   루카 4,14-22ㄱ
 
역사상 전무후무한 예수님의 명설교!
 
 
일주일이나 한 달에 걸친 침묵 피정에 참석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됩니다.
입이 근질근질해 몸살이 날 정도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에 적응을 합니다. 나중에는 세상 편합니다.
그리고 피정이 끝나갈 즈음에는 피정 기간 동안 깨달은 바나 생각한 바가 많아집니다.
 
피정이 끝나고 대침묵이 해제되는 순간, 할 말이 참 많습니다.
피정을 통해 체험했던 은총이나 축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한동안은 강론도 길어지고, 말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40일간의 광야 대침묵 피정을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사뭇 다르십니다.
고향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셔서 말씀을 선포하시는데, 공생활 기간 동안 우리에게 건네실 말씀의 특징적인 면모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장황하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미사여구를 늘어놓거나 잔뜩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시원시원하고 역동적입니다.
말씀이 힘이 있고 살아 있어서, 청중의 폐부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갑니다.
눈물 흘리게 하고 가슴치게 합니다. 마침내 삶을 변화시킵니다.
 
나자렛 회당에 가득 찬 청중들을 예수님께서 과연 어떤 말씀을 하실까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신원과 사명을 적시해놓은 이사야 예언서 말씀을 낭독하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이사야서 말씀을 듣고 난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어떤 설교(성경 해설)를 하실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회당에 있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선포하신 말씀에 대해 그분께서 1시간 동안, 아니면 적어도 한 30분간에 걸친 강론 말씀이 이어지겠지.’
 
그런데 예수님의 설교는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명설교였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짧고 간결했습니다.
또한 힘이 있었고 의미심장했습니다.
 
저같았더라도 고향 마을 사람들 앞에 금의환향했겠다, 감사의 인사도 전하고, 앞으로의 포부도 먼저 밝히고,
봉독한 이사야 예언서에 대한 명쾌하고 감동적인 해설을 덧붙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저 딱 한 마디만 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복음 4장 21절)
 
예언의 성취는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 안에 하느님의 영이 머물고 계심을 확증하신 것입니다.
당신이 종말론적인 예언자요 하느님으로부터 도유된 분 곧 메시아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도래로 인해 이제 구원의 시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분을 구세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은 이제부터 하느님 마음에 드는 해, 그분에게 흡족한 해, 주님의 은혜로운 해, 희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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