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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1-15 조회수 : 736
1월15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마르코 2,13-17
 
세 시간에 한 번씩 필요한 사랑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아주 심약한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잘 먹지도 못해 발육도 더뎠습니다. 
부모의 불화로 인해 늘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해 늘 외톨이로 지냈습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자상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가정의학과 의사선생님은 아이에게 정말 적절한 처방을 내렸는데, 그 처방 내용은 이랬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세 시간마다 한 번씩 사랑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모진 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느라 죽을 고생을 다 하고 있는 우리들,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뿐인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처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우리 인간들은 태생적으로 사랑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사랑을 먹어야 살아가는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3시간에 한 번씩 아니 30분에 한 번씩 그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 그 누가 우리를 세 시간에 한번씩, 30분마다 한 번씩, 다시 말해서 밥 먹듯이 지속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 분명합니다.
 
결국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 하느님뿐이십니다.
그분의 사랑과 우리 인간의 사랑 사이에 가장 확연한 차이점은 지속성, 항구성, 충실성입니다.
 
사랑의 쓴맛을 체험한 청춘남녀들이 외칩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
그러나 인간적 사랑 유한합니다. 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근본적으로 결핍된 존재인 인간끼리의 사랑이기에 그렇습니다.
 
그에 비해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관대한 것인지 모릅니다. 얼마나 충실한 것인지 모릅니다.
얼마나 공평하며 또 얼마나 영원한 것인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들은 건강한 사람을 사랑합니다. 잘 나가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의인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께서는 말씀만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말씀 그대로 실행에 옮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구원 사업의 중심지로 삼으셨던 카파르나움은 국경 부근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마스쿠스에서 지중해나 에집트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카파르나움에는 통행세나 관세를 거두는 세관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제국은 식민지 국가 사람들에게 세금징수권을 팔았습니다.
이 권리를 산 사람은 세금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윤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세금 청부제도는 당시 크게 악용되었습니다.
세금 총청부인인 자기 밑에 직원을 두었고 세금 징수의 재하청을 두었습니다. 결국 이놈이 떼먹고, 또 저놈이 떼먹고...
세관원들의 잔고는 쑥쑥 늘어났고 죽어나는 것은 가난한 서민들뿐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레위는 하급 세리가 아니라 총청부인에게 얼마의 대가를 치루고 얻어낸 하청업자였습니다.
때문에 예수님의 부르심에 자유롭게 직장을 떠날 수 있고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초대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세관원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세관원들이 지나가면 대놓고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매국노, 배신자, 배교자, 부정 탄 자, 살인자로 취급받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세관원들을 향해 도둑놈, 인간 중에 가장 천한 인간이라고도 했습니다.
"세리가 가까이 오면 집이 공포에 떤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기피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이런 세관원 레위를 당신 사도로 선택하십니다.
레위가 준비한 잔치자리에 태연하게 좌정하십니다.
잔뜩 모인 세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십니다. 세리들의 친구가 되신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받았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투덜댑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는 편안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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