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을 한 어떤 형제님의 말씀입니다. 직장생활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온종일 집에 있다 보니 아내의 잔소리에 너무나 힘들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아내와의 행복한 일상을 꿈꿨는데, 아내는 자신을 짐짝 취급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십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 있다가 집에 오는 남편을 맞이했던 아내였지요. 그렇게 거의 30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온종일 남편과 함께 있으니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겠습니까? 하지만 남편은 전과 다른 모습만 바라보면서 아내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형제님께서 얼마 뒤에 저를 찾아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부인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는 남편일수록 당뇨 발병 위험이 낮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부인의 잔소리가 남편을 돌보는 역할도 한데요. 아내의 잔소리를 저의 건강을 위한 영양제로 생각하니까 이제는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상황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많은 이가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생각합니다.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말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이 아닌 부정적인 마음을 채우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런데 좋은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갑작스럽게 바꿀 수가 있을까요? 이는 단 한 번의 노력이 아닌, 계속된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예수님께서 자라는 씨의 비유를 이야기해 주십니다. 농부가 밤에는 자고 낮이 되면 일어나고 하는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씨앗은 싹이 트고 자랍니다. 농부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땅은 저 혼자서 줄기를 자라게 하고 이삭을 패게 하며 낟알을 맺게 합니다. 결국 곡식이 익으면 농부는 바로 낫을 댑니다. 추수할 것이 무르익었기 때문입니다.
농부는 씨를 뿌려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곡식이 무르익었을 때 추수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씨를 뿌려 놓고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농부가 있을까요? 그러나 주님께 실제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부분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하느님의 말씀을 키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말씀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물을 막 퍼주고 햇볕만 쬔다고 열매가 빨리 열리지 않습니다. 법석을 떨면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열매가 맺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성령의 움직임에 인간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노력보다 계속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 말씀이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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