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
주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말씀]
■ 제1독서(사도 13,14.43-52)
선민의식에 흠뻑 젖어 자신들만이 구원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유다인들이 저버린 하느님의 말씀이 이방 세계에서 움트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선민들이 아니라 구원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인식되어 온 이방인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기에 이르렀다. 유다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증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널리 전파되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드러나기 시작한 복음의 보편성이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다져지기 시작한다.
■ 제2독서(묵시 7,9.14ㄴ-17)
묵시록의 저자는 흔히 상징적 화폭에 담아 세계의 역사를 폭력의 역사로 묘사해 왔으나, 오늘 독서는 이를 잠시 멈추고서 외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사람들, 곧 박해받고 있는 사람들이 실은 승리하는 사람들임을 역설한다. 이들을 통하여 서로를 가르고 가로막는 벽이 허물어진 가운데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며, 이 새로운 인류와 함께 모든 악이 사라져버리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 복음(요한 10,27-30)
참된 목자의 역할에 관해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설명하셨던 말씀들은 부활사건으로 더욱 빛나기 시작한 빛을 통하여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주님은 진정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시는 분이며,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 영광의 길로 이끄시는 분, 참된 목자이시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니”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늘 여기에 계시다.
[새김]
■ 착한 목자로서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어 고백하는 신약의 신앙공동체는 구약의 공동체와는 달리, 온갖 시련과 박해 가운데서도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열린 공동체이다. 직업의 귀천이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에 옮기려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부활 신앙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내 보이자.
■ 이 새로운 공동체는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닮은 많은 일꾼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 주고받음에 있어 이해타산이 절대적 법칙으로 난무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현실 속에서도 그저 양보하고 내주고 희생하는 삶을 기뻐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그런 ‘제2의 그리스도’ 말이다. 성소주일인 이날 많은 젊은이가 ‘제2의 그리스도’가 되어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으로, 인격 함양과 지적 노력과 영적 성숙을 위해 힘쓸 수 있도록 기도와 희생으로 성원하자.
교우 여러분, 많은 젊은이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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