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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5-14 조회수 : 136

사도행전 1,15-17.20-26    요한 15,9-17 
 
복음은 우리에게 시시각각 과거를 털고 일어설 것을 요청합니다! 
 
 
제비뽑기를 통해 유다를 대신해서 사도단에 가입하게 된 마티아 사도의 축일입니다.
마티아 사도 입장에서 꽤나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더구나 사도로 선출되는 과정이 무기명 투표나 지명이 아니라 제비뽑기라니, 황당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예기치 않았던 부담스런 직책을 맡게 된 마티아의 성소를 묵상하면서 제 성소 여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제 수도 성소 역시 갑작스런 부르심이었고,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나선 전형적인 케이스였습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불어온 성령의 바람을 타고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수도원으로 직행해버렸으니, 직장 동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더구나 수도원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수도사들처럼 늘 대침묵 속에
기도하고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하필 제가 발을 들여놓은 수도회인 살레시오회는 영화에 등장하는 수도원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목활동 수도회였습니다. 
 
깊이 있는 심사숙고와 고뇌 끝에 내려진 결정이기보다 분위기에 이끌려, 공연한 객기에 시작하게 된, 동기가 너무나도 어색하고 결핍이 많았던 성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성소의 동기가 정화되기 까지 죽을 고생을 해왔고, 지금도 고생이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이 문제는 저뿐만 봉헌된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주 훌륭한 삶을 살아가시는 고위성직자께서도 자신의 성소가 순전히 어머니의 의도에 따라 시작된 길이었음을 밝히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훌륭한 수도자는 성소의 동기가 다분히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였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다행히 살아가면서 그분들은 자기중심적인 성소의 동기, 결핍된 선택의 동기들이 나름대로의
‘정화과정’을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자기 극복의 기나긴 과정을 체험하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자신에게 부여하면서 참된 주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나는 체험을 하셨겠지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또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늘 절실하게 체험하는 바는
철저한 부족함입니다.
지독한 결핍입니다.
물론 어느 순간, 그러한 부족함과 결핍을 성령께서 채워주시겠지만, 우리 각자의 노력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마티아 사도처럼 새로운 직책을 맡는다는 것,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가온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면 더욱 부담스럽겠지요. 
 
뿐만 아니라 마티아 사도의 경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비뽑기로 사도로 선택되었습니다.
그런데다 마티아 사도는 전임자의 과오를 두고두고 껴안고, 또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배반자 유다의 자리를 대신한 마티아 사도였기에 주변의 눈길 역시 무척 날카로웠겠지요.
더욱 조신하게, 늘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전임자가 불명예스럽게 떠났기에, 그 불명예에 대한 뒷감당이 늘 마티아의 삶을 짓눌렀습니다.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난처한 분위기에서 사도로서의 삶을 출발한 마티아였기에 더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또다시 예수님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마티아는 자신에게 부여된 제자직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해 제자로서의 삶에 충실했습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삶의 양식이나 사고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우선 안전합니다.
지난 삶을 통해 검증된 것이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도 없습니다.
편안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모험을 싫어하지요. 과거에 안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시시각각 과거를 털고 일어설 것을 요청합니다.
매일 매 순간 변화되고 성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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