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5월 2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5-23 조회수 : 1078

오늘도 지난 주일의 천상 예루살렘의 이야기(묵시 21,1-5)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천상 예루살렘은 구원이 하느님으로부터만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원은 구약과 신약 전체의 백성들이 구원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곳에서 성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과 어린양이 도성의 성전이시기 때문입니다.”(묵시 21,22). 천상 예루살렘에 성전이 없다는 것은 ‘세속도시’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 성스러움과 하느님께 더 가까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즉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가운데 깊이 들어와 계시어 그들과 하나를 이루고 계심을 뜻한다. 
 
이렇게 하느님과 인간들이 일치를 이루는 것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만날 뿐 아니라, 그분 안에서 이미 하느님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전 정화에서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19-21) 그러므로 ‘하느님과 어린양이 새 예루살렘의 성전’이라는 사실은 구원된 모든 사람이 ‘이미 하느님의 성전’이며 또한 만물이 하느님께 대하여 새로운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의 공통 사제직이 의미를 나타낸다. 우리가 모두 예배를 드리며 거룩하게 삶으로써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또한 천상 예루살렘은 성전이 필요 없듯이 빛이 필요 없다. 하느님의 영광이 그 도성을 밝혀주며 어린양이 그 도성의 등불이기 때문이다(묵시 21,23). 세상의 빛(요한 8,12)이신 예수께서는 당신 빛으로 선택된 이들을 감싸시며 그들은 그분의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 된다(2코린 3,18). 그렇게 되면 구원된 자들은 자신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이 드러나 보이는 삶이 될 것이다. 
 
복음: 요한 14,23-29: 성령은 모든 것을 되새기게 하여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이루고 있는 오늘의 교회 역시 되어야 하는 모습이다. 예수께서는 복음에서 우리가 모두 ‘종말론적 교회’를 예견할 수 있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살아있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를 바라고 계시다. 신앙의 종말론적 차원은 어떠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일어나도록 강력히 밀고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은 어떻게 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하느님의 성전, 거처가 되어야 한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23-24절) 
 
하느님의 거처라고 한다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살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하느님의 성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삶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천상 예루살렘으로 기어오르지 않으면 결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갈라지고, 그리하여 참된 목적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갈망을 대신하지 못함으로써 진정한 구원을 전해주지 못한다면 그 모든 것은 우리의 탓이다. 이제 또한 말씀을 들을 뿐 아니라, 사랑으로 표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23절). 즉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을 차지할 수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8.16 참조). 사랑함으로써 그분을 체험할 수 있고 그분과 같이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러기에 교회는 하느님과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모든 사람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가 될 때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모든 것’(1코린 2,12 참조)을 성령께서 깨닫게 해 주시리라는 것을 예수께서 약속하신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에 이것들을 이야기하였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25-26절). 즉 성령은 모든 선물의 ‘완성’과 같은 것이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더욱 철저하게 들어가게 하신다. 반복적인 되새김만이 아니라 깊이 있게 함으로써 구원적 체험을 항상 새롭게 하는 창조적 역할을 한다. 시대는 변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주님을 온전히 기억하기에 충실해야 한다. 계속된 새로움 속에서의 충실성, 이것이 성령께서 교회 안에 끊임없이 이루어주시는 기적이다. 이 성령의 활동은 언제나 확고한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게 된다. 
 
이러한 모습이 사도행전에서도 나타난다. 초기 교회에서 이방인들을 받아들이는 문제에서 성령께서 주인공으로 개입하시면서 예루살렘의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사랑의 충실성과 새로움의 지침이 제시된다. 그럼으로써 예수님의 선교사명에 충실할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하신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곧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것들만 삼가면 올바로 사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사도 15,28-29).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 예루살렘의 표지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하에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성령께서 비추어주시고 굳게 일치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