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본당신부로 있을 때, 본당의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즐겨 보지 않습니다. 영화만 보면 왜 이렇게 졸린 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전과 마찬가지로 졸다 나올 것 같아서 청년들만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 여럿이 함께 보면 절대로 졸 수 없다고 하더군요.
결과는 전과 마찬가지로 시작과 동시에 잠들었다가 끝날 때쯤에 깨고 말았습니다.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지요. 극장에 나와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영화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는 관점이 모두 다른 것입니다. 재미있었다는 사람, 약간 지루했다는 사람, 영화를 분석하며 의미를 찾는 사람,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는 사람….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르게 보는 것을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영화 보는 눈이 모두 다른 것일 뿐,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는 맞고 남을 틀렸다고 단정 지을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정작 나만 틀리고 남들이 맞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늘 내가 기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믿지 않고 반대하는 자들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십니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라고 하십니다. 유다인들은 이교도 지방에서 돌아올 때 발에 묻은 이방의 흙을 털어 버리고 자기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우상 숭배로 더럽혀진 모든 것을 거룩한 땅에 묻히지 않으려는 행위입니다.
이처럼 복음을 거절하며 믿지 않는 모든 사람은 우상 숭배의 이방인과 같이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그들의 악행으로 가혹한 천벌을 받은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거부하는 것은 이 도시의 벌보다도 더 엄중한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그들이 왜 주님의 기쁜 소식을 거절했을까요? 자기만 옳고 남은 틀렸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이십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하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구원할 수 없음에 얼마나 안타까우실까요?
호세아 예언자의 말이 마치 지금 우리를 바라보며 하시는 주님의 슬픔 가득한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호세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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