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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7-13 조회수 : 1385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다가 길가에 나온 수많은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 이 부분이 늘 궁금했습니다. 왜 비만 오면 지렁이가 땅 밖으로 나올까 싶었던 것이지요. 친한 친구가 지렁이는 비를 너무 좋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비를 싫어하면 굳이 비가 떨어지는 땅 밖으로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렁이는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모세 혈관으로 호흡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흙과 흙 사이를 통하는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지만, 비가 오면 흙 사이가 모두 물로 가득 차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지렁이가 비가 오면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살기 위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통해 너무 쉽게 판단합니다. 살기 위해 땅속을 박차고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비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어렸을 때의 저처럼, 타인의 고통과 시련을 제멋대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남의 감정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판단하기에 앞서 몇 번이고 더 바라볼 수 있는 신중함이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습니다. ‘겸손’입니다.

주님께서도 겸손의 모범을 계속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통해서만, 높으신 하느님의 뜻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기쁨에 넘치고 감격에 겨워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찬미의 기도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감사의 기도로 보잘것없는 제자들을 통하여 창조 때부터 하느님의 골칫거리였던 악의 세력이 꺾인 데 대한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은 종교 지도자들이었고, 권력을 휘두르는 권세가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세상의 지혜는 가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혜는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게 하지 못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게 하는 참 지혜는 철부지와 같다고 스스로 낮출 수 있는 겸손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자기 생각이 하느님의 뜻인 것처럼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교만함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할까요? 그럴수록 하느님의 뜻은 우리에게서 멀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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