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말씀]
■ 제1독서(창세 18,20-32)
“너무나 무거운 죄악”으로 멸망에 부쳐진 소돔과 고모라, 이 두 도시의 주민을 위한 아브라함의 집요한 청을 소개하면서, 성경 저자는 이스라엘 종교의 몇 가지 핵심적인 개념을 전해준다. 우선 하느님과 그분이 택하신 사람, 곧 그분을 믿어 고백하는 사람 사이의 친교의 관계와, 저주받은 도시를 위해 간청할 자격을 부여받은 성조의 너그러움과, 끝으로 마치 물건값을 흥정하듯 아브라함의 청을 그려냄으로써 하느님은 용서를 위해 인간의 청을 기다리고 계심을 강조한다.
■ 제2독서(콜로 2,12-14)
우리의 잘못 때문에 십자가상 죽음을 받아들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은 자비 가득한 당신의 사랑을 충만하게 드러내 보이셨다. 이렇게 하느님은 유다교의 할례의식이 미처 이루어낼 수 없었던 현실, 곧 저주의 세계에서 우리를 구해내셨으며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셨다. 하느님은 이와 같은 은총의 선물에 세상의 모든 이가 참여하여 구원받기를 원하신다.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사는 삶, 부활의 삶 말이다.
■ 복음(루카 11,1-13)
제자들의 청으로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는 인간의 참된 행복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도는 우리의 삶을 겸손하게 주님의 손에 맡겨드리는 신앙 행위의 발로이며, 우리 자신이 이웃들에게 펼쳐 보여야 할 자비의 은총을 구하는 기도이다. 굳건한 믿음과 항구함을 바탕으로 마련된 이 기도는 실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기도이다. 성자께서 가르쳐 주신 이 기도를 통하여 성부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성령을 부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새김]
■ 아브라함의 청원과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기도는 구약의 사람들에게나 신약의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신앙 행위이며 사명이다. 기도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신앙 없는 기도가 불가능한 것처럼 기도 없는 신앙 또한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조 아브라함의 기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집요함과 그리스도의 비유 말씀 속에서 드러난 항구함 강조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신앙인들의 기본자세를 잘 설명해 준다.
■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마태오 복음서에 비해 간결한 형태로 소개되는 ‘주의 기도’를 접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모든 결과가 궁극적으로는 지상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기도는 우리 자신과 세상의 구원을 위한 기도로 자리한다. 따라서 이 기도는 입술로 되뇌는 기도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지는 기도로 빛나야 한다. 지상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늘 하늘을 향하며, 결과는 온전히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신앙인의 자세가 요구된다. 구한 다음 받았다고, 찾은 다음 얻었다고, 문을 두드린 다음 열렸다는 믿음 말이다.
교우 여러분,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두드리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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