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사람이 될 수 있는 그 많은 기회를 선용했는가, 무시했는가 환히 깨닫는 것이 심판입니다!
이번 주일 우리가 봉독하는 세 독서는 신앙인으로서는 물론, 한 인간 존재로서 굴곡지고 풍파많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코헬렛을 읽으니 정말이지 크게 공감을 하게 됩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렛 1장 2절)
그토록 목숨걸고 발버둥쳤던 대상들이 사실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토록 중요시여겼던 명예도, 자리도, 학력도, 돈도 다 지나가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생애 동안에는 지나가는 세상사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가변성을 온 몸으로 체험했기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에 대한 기대 역시 대폭 내려놓아야 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상,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이 세상에 감사하며,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적으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또한 동시에 세상을 즐기고 만끽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고사성어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합니다.
재물이든, 세상의 영예이든, 인간 관계든, 사실 살짝 아쉬운 것이 좋은 것입니다.
매사에 너무 목숨을 걸지 말아야겠습니다.
보다 자주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우리 삶의 방향이 땅만 향할 것이 아니라, 피안(彼岸)의 언덕을 향할 수 있도록 거듭 성찰해야겠습니다.
이 땅 위에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저 위의 것을 추구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정말 중요한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불과 20년, 30년 세월 지나고 나면 물거품인 대상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삶의 전부라고 여기는 재물입니다.
건물이나 토지입니다. 유산이요 은행잔고입니다.
사실 목숨 한번 끊어지면 그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언젠가 이 세상 떠나갈 때, 그것들 다 놓고 떠나가야 되니, 안타깝고 아까워서 눈이나 제대로 감고 임종하겠습니까?
남은 생애 동안 주님 안에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품위에 맞는 고상한 삶을 살다 떠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겠습니다.
주님 은총으로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온 파스카 체험을 한 새 백성의 일원으로서,
더 이상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실들을 과감히 떨쳐버려야겠습니다.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 거짓말란 단어들을 내 인생의 문장에서 과감히 삭제시켜 버려야겠습니다.(콜로새 3장 5절)
지상에서의 풍요로운 삶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세상, 주님 나라에서의 영원히 풍요로운 삶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너무 세상 것들, 특히 재물에 연연한 나머지, 그리고 너무 인색하게 살며 나눔에 소홀했던 나머지, 어느 순간 주님으로부터 이런 경고 말씀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복음 12장 20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할 사실!
우리의 주님은 정의의 하느님이시도 하지만 그에 앞서 자비의 주님이라는 진리를 기억하며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대자대비하신 하느님께서 어떻게 약하디 약한 인간을 심판하신단 말입니까?
실은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는 게 아닙니다.
인간이 죽어 하느님 앞에 가서 한 순간에 이승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게 심판입니다.
참 사람이 될 수 있는 그 많은 기회를 선용했는가, 무시했는가 환히 깨닫는 것이 심판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사후생<死後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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