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8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06 조회수 : 817

언젠가 우리 얼굴도 주님처럼 변모되어 영원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다음 제자단의 분위기는 한껏 고무되었습니다.
전무후무·사상초유의 대 기적 앞에 제자들의 입은 떡 벌어졌으며, 이런 분을 자신들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철철 흘러 넘쳤습니다. 
 
때를 놓칠세라 성격 급한 수제자 베드로는 다른 사도들에 앞서 장엄한 신앙고백까지 했습니다.
“스승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 복음 9장 20절)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잔뜩 들뜬 제자단의 분위기를 즉시 가라앉히십니다.
조만간 도래할 메시아로서의 슬픈 운명, 고통스런 최후에 대해 가감없이 예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루카 복음 9장 22절) 
 
한껏 업되었던 분위기는 즉시 가라앉았으며 싸해졌겠지요.
제자들의 그런 모습이 짠하셨던지, 위로의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곳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를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루카 복음 9장 27절) 
 
그런데 그 예언의 말씀은 8일 후에 곧바로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12사도들 가운데서도 최측근 제자들 세명인 베드로, 요한, 야고보 사도를 데리고 타볼산으로 오르십니다.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세 사도는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스승님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아주 살짝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맛보게 된 것입니다. 
 
왜 하필 타볼산일까요?
산은 구약시대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계시를 접하던 장소였습니다.
구약성서에서 산은 곧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라는 위대한 현현은 우리에게 장차 도래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하는 삶의 신비를 살짝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영광을 아주 조금 드러냅니다.
완전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맛만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주님 나라의 모든 것을 볼 수는 없고, 파악할수도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다가올 결정적인 날, 주님 얼굴을 마주 뵙게 되는 날, 영광스런 하느님 나라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갑작스레 영광에 싸여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눈 두 인물, 모세와 엘리야는 왜 나타나신 것일까요?
상황 설정이 조금은 갑작스럽고 생뚱맞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더군요. 모세는 이스라엘 최고의 사제요 율법의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 가장 탁월한 예언자였습니다.
두 사람의 등장은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의 주인이요 주님이심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신약 성경이 저술되던 당시 유다교 안에서 모세와 엘리야는 지상의 삶을 마친 다음 하늘나라로 승천한 인물이며, 언젠가 다시 돌아올 인물로 여겨지는 사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우리를 대신한 세 제자에게 드러난 은혜로운 사건입니다.  
 
타볼산 위에서는 아주 잠깐 하느님 나라가 드러났지만, 예수님의 영광스런 수난과 부활 이후에는 결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분의 수난과 부활로 인해 일시적이었던 하느님 나라는 항구적인 것인 것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와 관련해서, 아직 갈길이 먼 우리들이기에 세 제자들처럼 어안이 벙벙할 것입니다.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아 많이 답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그분을 직접 마주하게 될 그날, 그분의 수난과 영광에 결정적으로 참여하게 될 그날, 우리 앞을 짙게 가렸던 구름과 너울이 사라지고, 우리 역시 찬란한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이토록 초라하고 남루한 옷을 훌훌 벗고 거룩한 주님의 옷으로 갈아 입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 얼굴도 주님처럼 변모되어 영원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