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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21 조회수 : 755

연중 제21주일

좁지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문

[말씀]

■ 제1독서(이사 66,18-21)

유배지 바빌론에서 귀환한 유다인들은 기대했던 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일상적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무기력과 체념 속에 빠져든다. 이때 예언자 이사야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한 익명의 한 예언자는, 선택된 백성의 영광스러운 미래를 묘사하면서 동족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자 한다. 성도 예루살렘은 모든 민족이 하느님을 뵙기 위해 몰려올 영광스러운 도시가 될 것이며, 이로써 범세계적인 축제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 제2독서(히브 12,5-7.11-13)

하느님의 도성을 향한 믿는 이들의 긴 여정을 회상시킨 다음, 히브리서 저자는 독자들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인내와 끈기를 잃지 말 것을 권고한다. 신앙의 여정은 힘들고 좌절감 또한 맛보아야 할 것이나,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신앙의 성숙을 가로막는 온갖 결함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정화하도록 초대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 복음(루카 13,22-30)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이야기에서, 복음저자 루카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감에 대한 그리스도의 세 가지 서로 다른 가르침을 한데 모아 전해준다. 구원받을 사람의 숫자에 관심이 많던 사람에게 그리스도는 ‘있는 힘을 다할 것’을 권고하신 다음,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절박성을 아울러 강조하신다. 이어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권리를 획득했다고 믿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기주의적 판단으로 이웃이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되기를 바라고 있던 사람들을 거슬러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신다.

[새김]

■ 이스라엘은 본디, 적어도 유배시대 이전까지는,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구원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만이 구원의 대상이 되며, 그것도 약속의 공간 이스라엘 땅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여타 어느 민족도, 어느 땅도 구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숭배로 오염되어 더 이상 구원이 불가능하다고 믿어 왔던 이방인 땅 바빌론에서 운명적인 유배생활을 하면서부터 심각하게 대두되며, 결국 하느님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이방인 지역에서도 활동하시는 분이기에 어디서든 그리고 어느 민족에게든 구원이 가능하다는 구원의 보편사상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 구원의 보편사상은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완성되었음을 우리는 믿어 고백한다. 몇 사람이나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정도 살아왔으니 구원받을 수 있지 않겠나, 저 사람이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하는 등등의 질문은 그야말로 부질없는 호기심의 표현일 뿐이다. 오늘 성경의 가르침대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통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드시는 매’로 수용하고 끼어 안는 삶, 어떤 상황에서든지, 비록 문이 좁다 하더라도 들어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원은 물론 거저 주어지는 것이나, 이 구원의 선물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또한 당연한 일이다.

교우 여러분, 구원의 문은 좁지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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