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그리고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에 온전히 의탁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두려움이나 자만심에서 우리를 해방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하바꾹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인간들 사이에 정의를 다시 세워주지 않는다고 하느님을 비난하듯 항의하고 있다(하바꾹 1,2-3). 이 불편에 대해 주님께서는 믿음을 가지라고 하신다. 비록 쉬 오지 않으실지 몰라도 당신을 믿는 사람을 도와주시러 반드시 오신다. 믿음은 우리의 직접적인 체험을 넘어 기다릴 줄 알게 한다. 문제는 말씀을 신뢰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영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멸망할 것이다.
오늘의 말씀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라고 하시며, 약은 청지기와 부자에 관한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연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재물을 끊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 때문에 사도들은 의기소침해진 것 같다. 그래서 주님께 청한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5절). 그들은 아마 자신들이 믿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들의 믿음을 더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이 겨자씨만한 믿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신다. 그만한 신앙이라도 있었다면 그 믿음은 그 고장에서는 뿌리가 대단히 깊어서 폭풍우에도 절대로 뽑히지 않는 뽕나무를 뿌리째 뽑아 바다에 그대로 옮겨 심을 수 있다고 하신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믿음이란 양적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씀하신다.
믿음의 가치는 질과 순수성에 달려있다. 겨자씨는 그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있으면서 그 씨앗 자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성장시켜주는 강력한 생명력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즉 믿음이란 하나의 내적 실체로서 어떠한 형태도 갖고 있지 않으며, 거창한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일상성 안에 살아있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모든 일에 있어서 온전히 하느님의 뜻을 실현해 나가고자 노력함으로써 단순과 겸손을 통해 행하는 모든 것을 비범한 것으로 만들 힘을 그 자체 안에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믿음은 신앙인의 삶 속에서 아무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중요한 상황에서뿐 아니라, 매일 매일 매 순간순간 기적을 이루어주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종의 비유에서 믿음을 갖기가 쉽지 않은 일임을 말씀하신다. 당시의 종이라고 하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시킬 수 있는 주인의 소모품 같은 존재였다. 이 종의 모습과 같이, 하느님의 나라는 모든 것이 무상이고 사랑의 선물이기 때문에 공로에 대한 기록부도, 봉사의 시간표도 없고, 봉사의 한계도 획득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내세울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다 무상적인 나라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될 때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10절). 우리의 봉사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우리의 봉사가 '보잘것없음'이 드러난다. 정말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다 했는가?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의 무상성에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자기 자신을 무상으로 내놓을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참된 믿음이며, 제자들이 갖추지 못했던 믿음이다. 이 종의 비유는 하느님 앞에서의 우리의 모든 권리주장을 포기하도록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믿음이 활동적이어야 함을 입증해주고 있다. 즉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한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의 것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도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5절) 라고 청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주님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믿음의 성장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며,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무상으로 내어 드릴 수 있는 자세를 갖도록 하자. 믿음은 여기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믿음 안에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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