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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1-11 조회수 : 417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끝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하는 밤 시간, 성직자들은 마무리 기도로 ‘성무일도’ 가운데 가장 마지막 기도인 ‘끝기도’를 바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본의 아니게 자주 빼먹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빼먹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해봅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드리는 끝기도 내용 한 구절 한 구절은 얼마나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가슴 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주님,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님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수행생활에 투신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 끝기도를 바치는 시간은 ‘작은 죽음’의 순간입니다.
끝기도를 바칠 때 마다 저희는 “또 하루가 저무는구나. 또 한 번 죽는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경당을 빠져나와 침실로 올라가는 저희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주님의 손에 제 영혼을 맡기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일어날 광경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말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엄청난 홍수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늘에서는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릴 것이라고 하십니다.
두 명 가운데 한명은 데려가시고 한명은 버려두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광경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펼쳐질 미래입니다.
잘 준비된 사람들에게 주어질 상급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팔팔하게’ ‘싱싱하게’ ‘새파랗게’ 살아있을 때부터 종말을 잘 준비한 사람들, 죽음을 당연한 인간의 현실로 여기고 기꺼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사람들,
평소부터 당당하게 죽음에 직면하는 연습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그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게 될 때 주어지는 은총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우리 인간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식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위선적인 삶에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그렇게 하찮아보이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다가오게 될 주님의 날, 갑자기 바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마주치게 될 마지막 날, 허둥대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무덤에서 편히 쉬신 아드님과 같이  우리도 편히 쉬게 되었으니, 내일도 잠에서 깨어나 부활하신 그분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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