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일
시작은 마침의 첫 단추
[말씀]
■ 제1독서(이사 2,1-5)
기원전 8세기에 이르러 예루살렘은 이전의 시대와는 달리 남 유다 왕국의 초라하고 자그마한 수도에 불과했다. 인근의 여러 나라가 끊임없는 위협을 가해와 예루살렘 주민들은 하느님의 약속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서 절망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예언자이며 동시에 왕국의 귀족계급에 속했던 이사야는 새로운 앞날을 예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다시 돌아선다면, 성도(聖都) 예루살렘은 새로운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씀을 선포한다.
■ 제2독서(로마 13,11-14ㄱ)
선교활동 초기에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곧 재림하시리라 믿고 있었으나, 로마서를 집필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종말은 앞으로 전개될 기나긴 역사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지리라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바오로는 하느님의 계획이, 사람의 마음이 정의를 바탕으로 성숙의 길을 걸어감에 따라 서서히 실현되어 나갈 것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람은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살아있는 사람이며,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변화되고 완성, 곧 종말을 향해 달려 나가리라 가르친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갖추어야 할 모습이다.
■ 복음(마태 24,37-44)
당신 말씀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님은 묵시문학적인 화법으로 다가올 날을 예고하신다. 주님은 이 날을 하느님 왕국의 결정적 도래를 맞이하기 위해 거쳐야 할 혼란의 한 과정으로 설명하신다. 우주의 현상을 빌어 설명되는 이 혼란은 사람의 마음이 성숙의 단계에 접어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신앙인은 따라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며, 늘 깨어 준비해야 하는 사명 앞에 선다. 주님께서 가까이 오시기 때문이다.
[새김]
■ 새로운 신앙의 한 해가 열린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옴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네 신앙인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과 형제들 앞에 늘 죄송함과 부족함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지나간 시간들을 새로운 시간들과 함께 정리할 수 있다는 용기와 기쁨이 우선 앞서기 때문이다. 더욱 열심히 살아보겠노라는 다짐이, 시간의 흐름이 없다면 가능하기나 한 노릇이겠는가! 좀 더 솔직한 마음으로 지나간 날들의 부족했던 점들을 인정하고 용서 청하며, 회개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
■ 새로운 신앙의 한 해가 열린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주님 오심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성스럽게 이 한 해를 연다. 주님 오심으로 옛 시대[舊約]가 마감되고 새 시대[新約]가 열릴 수 있었던 것처럼, 부족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희망 가득한 시간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주님의 간절한 가르침대로 깨어 기도해야 할 때다. 깨어 기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나간 시간들을 또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좋으면 마침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기, 마침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 나가야 하는 시기, 대림시기이다!
교우 여러분, 깨어 기도하며 주님 오심을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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