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하느님 나라의 첫째 자리
[말씀]
■ 제1독서(이사 35,1-6ㄴ.10)
아시리아 제국이 북 이스라엘 왕국의 주민들을 사로잡아 유배지로 압송해 가고 남 유다 왕국을 황폐화하려던 때에 예언자 이사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버림받고 상처받고 짓눌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구원하러 오시는 하느님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길 것이며, 이 무리가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 사건을 새롭게 하고 활기찬 생명력을 되찾아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갈 것이다.
■ 제2독서(야고 5,7-10)
자기의 서간을 통하여 야고보는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부유한 사람들 못지않은 중요한 존재들임을 역설한다. 그는 땅의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들처럼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가질 것”을 촉구한다. 새로운 세계는 분명 다가올 것이며, 이날 의롭고 올바른 심판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 복음(마태 11,2-11)
임박한 죽음을 의식한 상태에서 예언자였던 세례자 요한은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나자렛 사람 예수는, 자기가 제대로 알아보았다고 믿었던 메시아가 맞는가? 자기가 혹시 잘못 알아보았던 것은 아닌가? 요한의 제자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이와 같은 질문 앞에서 주님은 참된 왕국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안심시키신다. 마음을 열어 이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이토록 위대한 예언자였던 요한조차 이르지 못했던 충만함을 누리고 간직하게 될 것이다.
[새김]
■ 사람 사는 세상에서 첫째 자리는 흔히 재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세력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들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실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힘의 논리를 무조건 수용하고 순응해야 하는 약자들로 취급되기 일쑤이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나 이와 같은 반공동체적 의식과 현실은 당연시되어 왔으며, 불행하게도 우리 한 민족공동체는 물론 때로는 교회공동체 안에서조차 이런 의식이 짙게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태로 주님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을까?
■ 오늘 성경의 가르침은, 다가올 하느님 나라에서 첫째 자리는 하느님과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겸손한 사람들로서 어떠한 인간적 고통이라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힘들 때일수록 주님께 더욱 달려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탄 축일은 분명 우리에게 평화와 기쁨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나, 이 메시지는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주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극복해 나갈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할 것이다. 겸손한 마음, 열려 있는 마음이 절실한 때다. 그래야 주님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교우 여러분,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주님을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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