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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1 조회수 : 360

Go and Stop! 
 
 
어촌의 겨울은 무척이나 황량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바다에 나가봐야 별 소득이 없습니다.
그리도 우글거리던 우럭이며 놀래미, 쭈꾸미나 낙지가 귀신처럼 사라져버립니다.
강풍까지 불어오면 체감온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다 아무도 찾는 이마저 없다면 쓸쓸 허전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며, 피정객이며 방문객들로 왁자지껄하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공동체 전체가 활기를 띱니다.
다들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른 새벽 눈뜰 때부터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으니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그러나 사목자로서 참으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도 아마 그러셨을 것입니다.
그분의 일상은 말씀의 선포, 치유와 구마,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격적 만남, 그리고 그들을 위한 기도 등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뿐만아니라 예수님께서는 홀로 떨어져 지내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가난한 백성들, 죄인인 인간들 사이에서 굳건히 현존하셨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계셨습니다.
길어봐야 3년!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강도 높은 사도직 활동이 끝나면 한 며칠 만사 제쳐놓고 휴가도 하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른 고을로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가시는 곳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옷깃을 붙들었습니다.
제발 이곳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여기서 우리와 함께 계속 머물러 달라고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때마다 예수님께서는 안타깝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다음 고장으로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코 복음 1장 36절)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의 행적에는 또 다른 독특한 측면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Go and Stop!’ 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무작정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않으셨습니다.
적당한 순간 멈출 줄 아셨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아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코 복음 1장 35절)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지닌 모든 역량과 에너지, 카리스마와 능력을 총동원해서 사도직 활동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 결과 수 많은 병자들이 치유되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죄인들이 회개했으며 구원의 길로 돌아섰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요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코 우쭐대는 법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요란한 함성을 뒤로하고 또다시 한적한 것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거기서 하느님 아버지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며 지친 심신을 달랬고, 원기를 충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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