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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1 조회수 : 373

예전에 교구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비신학생을 보면서 과연 신학교에 보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착하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도 ‘착하기만 하다.’는 것입니다. 성적도 낮고, 자기 주관이 없고, 또 자존감도 너무 낮았습니다. 이 상태로 어려운 신학교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지, 또 자존감 없이 신학교 기숙사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성소자가 매우 부족하고, 또 신학교에 들어가서 바뀌지 않을까 싶어 추천했지만, 신학교 입학한 학생 대부분은 결국 사제가 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었습니다. 착하기는 엄청 착한데, 왜 사제가 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둘까요?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스페인 성지순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빌라에서 데레사 성녀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수도자가 너무 착하고 온순해서는 내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내적으로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착해 보이지 않고 또 온순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적으로 강한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고쳐 주십니다. 또 병든 이들을 고쳐 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다른 이웃 고을로 이동하셨습니다. 바쁜 전교 활동의 일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께서 늘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신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귀가 예수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기도하러 외딴곳에 가신 예수님을 찾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당신 뜻을 세워 다른 고장으로 가십니다.

악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착하기만 한 점을 보였다면, 마귀들이 말하는 것도 경청해주고 당신을 찾고 있는 사람도 만나주면서 그 고장에 더 머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는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하느님 뜻에 맞춰 사는 내적으로 성장하는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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