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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3 조회수 : 327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어머니께서 제 위의 누님에게 식사 후에 무엇인가를 먹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나는 어머니의 강압에 의해 억지로 그것을 먹어야 했지요. 그런데 당시에 너무 배가 고파서 누나만 무엇인가를 주는 어머니가 미웠고, 누나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모두 자는 밤에 몰래 나와 그것을 훔쳐 먹었습니다. 달콤한 사탕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너무 썼습니다. 하지만 물을 마시며 억지로 몇 알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저를 발견한 어머니는 옆집 친구분을 불러 저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더 큰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듣고 또 저를 둘러업고 더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서 저는 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때 제가 죽는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눈이 뒤집혀 있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분이 오셔서 정신없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저를 업고 병원으로 간 것입니다. 병원에 가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시 깨어나는데 저의 역할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프니 병원에 가자고 한 것도 아니었고, 아프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장 믿었던 옆집 친구를 불렀고, 그 친구분은 병원을 믿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올려진 이유는 오늘 복음 때문입니다. 중풍 병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의 믿음을 보시고, “애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라고 말씀하십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풍 병자였지요. 그의 곁에는 예수님을 통해 치유 받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래서 지붕을 뚫고 내려보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믿음으로 병원에 간 것이 아닌 것처럼, 중풍 병자의 믿음을 보고서 예수님께서 고쳐 주셨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고쳐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어머니와 친구분을 보시고 고쳐 주신 것처럼, 중풍 병자가 고쳐 달라고 달려오지 않았아도 예수님께서는 친구들을 보시고 고쳐 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도 이렇지 않을까요? 내가 열심히 해야 구원받을 것 같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곁에 있는 많은 사람을 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들을 내쳐야 할까요?

함께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나의 구원을 위해 큰 힘이 되는 그 누군가를 위하여 함께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구원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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