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일
참 행복의 길
[말씀]
■ 제1독서(스바 2,3; 3,12-13)
요시아 임금(기원전 640-609)이 사망한 다음, 남 유다는 망국을 향하여 치닫기 시작한다.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펼쳐질 이 위협을, 예언자 스바니야는 더욱 무시무시한 또 다른 위협의 한 단계로 이해할 뿐이다. 이 최후의 위협은, 반역을 일삼는 교만한 당신 백성을 거슬러 하느님께서 친히 내리실 응벌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 “분노의 날”에도 의로움과 겸손을 사는 이 땅의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은 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당신 백성을 이루어내실 것이다.
■ 제2독서(1코린 1,26-31)
코린토 공동체 신자들은 세속적인 잣대로 본다면 순수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기에, 힘 있는 자들이 조장했던 분열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되었으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해 서로 적대시하는 관계에 놓여 있었다. 사도 바오로는 이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그들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를 상기하도록 촉구한다. 주님은 힘 있는 자들이 아니라 순수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서 당신의 지혜를 드러내시는 분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복음(마태 1,12ㄴ)
예수님은 군중들,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의롭지 못한 현실들과 갖은 박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참 행복의 길을 설파하신다. 이들은 현실 생활에 충실했기에 어떤 것이 환상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참된 것인지를 가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잘것없었지만, 하느님 앞에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그럼으로써 늘 기쁨으로 충만해 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하느님의 참된 아들들이며, 바로 이들에게 하늘 나라가 약속된다.
[새김]
■ 성경이 말하는 ‘가난’은 경제적인 또는 사회적인 상태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성향과 마음의 자세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구약성경은 가난이 지니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드러내 주는가 하면, 신약성경은 한발 더 나아가 ‘가난한 자들’이 하느님 나라를 상속할 것이라고 가르친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재물에 대하여 정신적으로 초연할 것을 자주 강조하고 계시는데, 이는 그들이 진정한 보물인 행복을 갈망하고 그것을 찾아 누릴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함이다. 경제적 부를 누리는 자들은 흔히 자신의 정신적 빈곤 상태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바로 이‘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참 행복’이 선언된다. 이 선언은, 마태오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처음 설파하신 가르침이며, 그리스도 신자들의 행복에 대한 기본 강령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이들은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자신의 죄를 슬퍼하는 사람들, 이웃에게 늘 온유하고 자비로운 사람들, 악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도록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나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나머지 그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으로 채워진 내 마음을 비워 이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그 크신 하느님을 모시도록 힘쓰자.
교우 여러분, 참 행복은 가난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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