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6월 17일(화)부터 19일(목)까지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하 본당 사제 모임)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개최하였다. 본당 사제 모임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하여 16개 교구에서 참여한 다양한 연차의 사제 50명,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 6명이 참석하였다.
▲ 2025. 6. 19.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참가자들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의 참석자들에게 제안하였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열린 두 번째 모임은 한국 교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주교회의 시노드팀(주교회의 사무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과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여 의미를 더하였다.
올해 본당 사제 모임 주제는 ‘관계와 소통’이었다. 이번 본당 사제 모임을 주관한 주교회의 사무처 송영민 신부(사무국장)는 시노드 교회가 되는 데 필요한 ‘관계의 진정한 회심’(「최종 문서」, 50항)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모임을 통해 사목자로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고, 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통을 어떻게 증진할 것인지, 어떻게 시노드 교회를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였다.
▲ (왼쪽 사진) 2025. 6. 17.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가 주교회의 시노드팀과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2025. 6. 17. 송영민 신부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 날인 17일(화)에 사제들은 성체 강복에 참여하였다. 이는 시노드 모임의 핵심인 ‘성령 안에서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경청하는 겸손의 자세를 성령께 청하는 시간이었다. 참가 사제들은 김영식 신부(서울대교구 행운동성당)의 안내에 따라 영적 대화이자 공동 식별의 방법론으로서 ‘성령 안에서 대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소속 교구를 섞은 6개 조로 나뉘어 총 3개의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 2025. 6. 17.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진행한 성체 강복 시간에 노우재 신부가 성광을 들어올리고 있다.
▲ 2025. 6. 17.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진행한 성체 강복 시간에 사제들이 묵상을 하고 있다.
제1주제: ‘관계를 돌아보기-보다’
제1주제 안내를 맡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박용욱 신부(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는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단절이 심화되는 현상을 짚었다. 박 신부는 서로 관계 맺기 어려워지는 사회 속에서 사제들이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돌아보고, 교회가 진정으로 관계의 기쁨이 존재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지 성찰하도록 안내하였다.
전체 나눔 발표에서 사제들은 신자, 사제, 수도자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과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하여 나누었다. 특히 사제들은 내면을 깊게 성찰하였다. 자존심이나 두려움 때문에 화해하지 못했던 경험,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태도, 특수사목에서 본당사목을 하게 되었을 때 겪은 혼란 등 자신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제들은 신자뿐 아니라 사제간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교구장 주교 및 동료 사제와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이 있다고 말하였다.
대화를 통해 사제들은,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하였다. 상처받기 두려워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태도, 자신을 포장하려 했던 마음, 내면의 변화에 저항했던 모습을 돌아보았다. 또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신으로 서고자 하는 용기와, 성령 안에서 변화와 회심을 청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누었다.
사제들은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라는 성경 말씀처럼, 형제 사제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며 큰 위로와 힘을 얻었으며 사제들 간 우정과 신뢰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였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착한 목자로 살아가야 할 소명을 되새겼고, 이 대화 자체가 곧 하느님의 손길이자 성령의 활동임을 체험하였으며, 관계와 세상을 향해 다시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둘째 날인 18일(수) 아침미사는 옥현진 대주교가 주례하였다. 옥 대주교는 강론에서 “이 모임에서 한 명의 사제로서 같이 대화를 나누며 공감하고, 같은 어려움이나 고충을 겪고 있음에 안도했다.”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셨으니,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마음을 나누고 하느님께서 형제 사제들을 통해 건네주시는 그 음성을 들으며 자신을 새롭게 방향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하였다.
▲ 2025. 6. 18. 옥현진 대주교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경당에서 아침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제2주제: ‘소통으로 나아가기-듣다, 그리고 말하다’
제2주제 안내에서 김도형 신부(춘천교구장 비서 겸 홍보실장)는 한국 교회 내 소통의 부재 문제를 언급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노드적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김 신부는 시노드적 경청은 ‘서로의 소리를 듣는 상호 경청’이며 ‘나의 의견이 아닌 우리 안에 이뤄지는 하느님의 뜻을 함께 나누는 공동 경청’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성령께서 나에게 하신 이야기를 책임감 있게 말하는 ‘담대한 발언’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이에 사제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의 소통 경험과 시노드적 교회를 이루는 소통을 해 나갈 방안에 대하여 나누었다.
전체 나눔에서 사제들은 자신의 말이 온전히 경청된 경험과, 반대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기억을 나누며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된 소통의 어려움을 고백하기도 하였다. 인정 욕구를 앞세우게 되는 마음, 신자들을 관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태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 안전한 관계 안에만 머물렀던 모습, 자신의 상처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불편한 진실 앞에서 용기를 낸 긍정적인 체험을 나누며 담대함은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자세임을 고백한 사제도 있었다. 경청을 통해 본당 신자와의 갈등을 풀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 경험 속에서 기다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경험을 나누기도 하였다.
사제들 사이에서는 ‘사제도 존중과 경청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외국 사제들과 비교하여, 한국 사제들의 노력과 희생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누어졌다. 사제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며, 자신의 목소리가 경청되는 체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소통의 방향 전환도 화두였다. 대화할 때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있어 주며 듣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 말을 독점하지 않고 성령께 대화의 주도권을 맡기는 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제가 공감하였다. 무엇보다 진정한 소통과 담대한 발언을 위해서는 성령 안에서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 2025. 6. 18. 조별 대화를 진행하는 사제들
제3주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행동하다’
제3주제는 노우재 신부(부산교구 서동성당)의 안내로 진행되었다. 노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성령께서 교회를 이끄시는 방법이자, 인격적인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뜻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최종 문서」에서 제시하는 식별,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 결정 사항에 대한 책임감 있는 설명, 직무 활동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사제들은 이 주제를 통해 사목 현장에서「최종 문서」의 방향성을 어떻게 따라가고 실현할 수 있을지 나누었다.
사제들은 전체 나눔에서 “머리로만 알던 시노달리타스를 몸으로 체득하였고, 이는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교회의 체질 변화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하였다. 효율성을 기준으로 본당 사목을 해왔지만,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걸어가며 ‘효율보다 동반’을 중시하는 사목을 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나눈 사제들도 있었다.
이와 함께 신자들 안의 거룩함을 인정하고, 신자들을 계도의 대상이 아닌 ‘하느님 백성’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또한 성령께 대한 신뢰가 곧 사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믿음 속에서,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보다는 ‘함께 있음’과 ‘경청’, ‘신뢰’, ‘인내’,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어떤 일을 하든지 책임 있는 설명이 따를 때 오해를 줄이고 공동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제들은 공감하였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 요소는 ‘막연함’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시노드 방식에 대한 혼란과 의심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인내와 희망을 갖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한 사제는 “불확실성 속에 있더라도 하느님께서 교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성령께 모든 것을 맡기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이번 2박 3일의 모임 역시 교회의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성령 안에서 대화 이후, 최문석 신부(청주교구 배티순교성지)와 박찬홍 신부(수원교구 은행동성당)가 이끄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사제들은 다양한 교구의 사제들과 유대감을 돈독히하고 친교을 이루며 기쁨을 나누었다.
▲ 2025. 6. 18.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김익진홀에서 사제들이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 날, ‘신오두(synodu) 신부의 고민, 시노드 스타일로 함께 풀어가기’ 프로그램에서 사제들은 교구별로 모여 교회 내 갈등과 구조적 문제를 시노드 정신으로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시도와 고민을 공유하였다. 논의 주제는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 ▲‘시노달리타스’ 용어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른 본당 사목 평의회 운영 방안 ▲본당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 실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교회를 만들어 나갈 방안 ▲본당 재정 운영의 시노드적 접근 ▲시노달리타스 정신 안에서 본당 사제, 수도자, 신자들 간 협력 관계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이었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사제들은 시노달리타스를 사목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방향성과 실천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였다.
▲ 2025. 6. 19.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김익진홀에서 사제들이 교구별로 모여 나눔을 하고 있다.
▲ 2025. 6. 19.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김익진홀에서 나눔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파견 미사는 정순택 대주교가 주례하였고, 옥현진 대주교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이 공동 집전하였다.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시노드 로고 모습처럼, 평신도와 사제단이 함께 입당하며 공동체 정신과 시노드 정신을 새롭게 북돋기도 하였다.
▲ 2025. 6. 19.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봉헌된 파견 미사 입당 행렬.
강론에서 정 대주교는 “시노드 교회를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사제들은, 예수님처럼 봉사하는 권위와 사목적 리더십을 시노드 교회 안에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정 대주교는 또 사제들에게 “식별과 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온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는 것이기에, 공동체 안에서 투명성, 책임 있고 친절한 설명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며 함께 걷는 길을 만드는 사목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각자 소임지의 상황은 모임에 오기 전과 같더라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목자로서의 눈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시노드적으로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방법을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 2025. 6. 19.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봉헌된 파견 미사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 2025. 6. 19.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당에서 파견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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