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12년간 자연 그려와…7월 3일까지 안산 혜안갤러리서 전시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을 향한 그리움이 꽃과 나무가 되어 화폭 위에 아름답게 피어났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또바기 모임’은 7월 3일까지 안산 상록구청 혜안갤러리에서 ‘빛의 정원’ 전시를 연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은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자식의 죽음으로 이득을 취한다는 비난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세상과 고립된 채 혼자 있는 시간도 이들에게는 고통이었다. 마음 둘 곳을 찾다 도착한 곳은 교구 안산생명센터였다. 낙태와 폭력, 자살 예방을 통해 생명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2014년 12월 문을 연 안산생명센터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유가족들의 휴식처가 됐다.
같은 고통을 겪은 유가족들은 그곳에서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 힘없고 흔들리는 마음은 그림에도 반영됐다. 선은 흔들렸고 색은 흐릿했다. 하지만 붓을 놓을 수 없었다. 붓끝에서 완성되는 사과에서 빛나던 딸의 모습을 떠올렸고, 노란 해바라기 꽃잎에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동행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12년간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시간이 지나자 그리움은 아름다움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화폭에 담겼다.
또바기 모임은 안산생명센터에서 함께 유화를 그렸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8명이 만들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의 또바기 모임에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품의 소재는 꽃과 나무, 과일 등 자연물이다. 작품 제목은 <노란 위로>, <그대 향한 소망>, <졸업 여행>, <닮고 싶은 너> 등이다. 또바기 어머니 8명은 아이의 모습을 자연물에 투영해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붓끝에 눌러 담았다.
이지연 작가(비비안나·제2대리구 원곡본당)의 노란 해바라기 작품 <그대 향한 소망>에는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앞으로 찾아갈 희망이 함께 담겨 있다. 붉은 사과를 입체감 있게 그린 안명미 작가의 <닮고 싶은 너>에는 꿈 많고 끼 많았던 보석 같은 딸처럼 잘 살아가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담겼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은 곁에 머물러 준 사람들 덕분에 그림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이지연 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밖은 치열하고 혼란스러워 마음 둘 곳이 없었는데, 생명센터에 오면 조용히 그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하늘을 향한 노란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천국에서 우리 아이가 하느님과 기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강지은 씨는 “또바기 모임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휴식이자 마음의 치유가 됐다”며 “아름다운 색을 통해 마음을 정화할 수 있어 유화를 그리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