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청소년 15명, 8박10일간 사랑 실천…라오스 현지 고교 학생들과 협력 ‘눈길’
재단법인 대건청소년회 ‘제12기 대건청소년해외봉사단’은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8박10일 동안 라오스 폰홍 지역에서 교육·문화 교류와 학교 시설 개선 활동을 펼쳤다. 교구 청소년들은 라오스의 낡은 교실에 새 페인트를 칠하고, 현지 어린이들과 눈을 맞추며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눴다. 낯선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고 가진 것을 나눈 이번 여정은 청소년들이 봉사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연대를 몸으로 실천한 신앙의 현장이었다.

낡은 라오스 교실에서 15개의 사랑이 피어나다
34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붓을 쥔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라오스 폰홍 지역 넝낙초등학교 교실 안은 한낮의 열기로 가득했지만 한국과 라오스 청소년들은 벽 앞에 나란히 서서 땀을 흘렸다. 낡은 벽에 새 페인트가 입혀질 때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청소년들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졌다. 말은 달라도 페인트 통을 건네고 서로의 작업을 살피며 웃는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12기 대건청소년해외봉사단의 이번 라오스 봉사활동에는 교구 청소년 15명을 비롯해 지도자와 의료진, 코디네이터, 지도신부 등 21명이 참여했다.
넝낙초등학교 봉사를 위한 준비는 올해 3월 시작됐다. 단원들은 오리엔테이션과 여섯 차례 준비모임, 합숙을 거치며 교육·체험·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현지에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라오스 청소년들과 어떻게 만나고 함께할 것인지를 거듭 의논했다.
그 고민은 현지 청소년 짝꿍인 ‘무디’와의 만남에서 구체화됐다. 무디는 라오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무’와 영어 ‘버디’(Buddy)를 합친 이름이다. 라오스 KM52고등학교 학생들은 한국 청소년들과 짝을 이뤄 넝낙초등학교 환경 개선과 문화교류 활동에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체육활동을 하며 처음의 어색함을 털어냈고, 전통놀이와 포크댄스를 나누며 서로의 문화를 배웠다. 봉사하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또래 친구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는 손짓과 표정으로 마음을 전했고, 함께 웃고 몸을 움직이는 사이 서로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게 됐다.
청소년들은 오전에는 학교 시설을 손보며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단은 낡은 교실 지붕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했으며, 무디들과 함께 교실에 페인트를 칠했다. 무더위 속에서 팔과 옷에 페인트가 묻고 땀이 흘러도 붓질은 이어졌다. 한 사람이 높은 곳을 칠하면 다른 사람은 아래쪽을 메웠고, 작업이 더딘 친구 곁에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손길이 보태졌다.
청소년들이 함께 바꾼 것은 벽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낯선 외국인으로 마주했던 이들은 같은 일을 해내는 동료로 가까워졌다. 자신의 몫을 마친 뒤에도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봉사는 개인의 선행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완성하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실은 배움과 놀이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도 거듭났다. 단원들은 26일 넝낙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위생과 안전, 경제, 교우관계를 주제로 한 교육봉사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연습하고 보완한 프로그램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 구성했다.
28일 열린 체험부스 프로그램으로 학교 곳곳에는 웃음소리가 번졌다. 어린이들은 얼굴과 손에 그림을 그리는 페이스페인팅을 체험하고, 만화경과 배지를 자신만의 색깔로 꾸몄다. 종이모자 만들기와 풍선아트, 물총 사격, 사진을 남기는 ‘인생 한 컷’ 부스에도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눗방울 탁구 부스 앞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던 어린이들과 봉사단원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봉사단은 뜻깊은 후원으로 마련한 장바구니도 현지 어린이 가정에 전달했다. 작은 물품을 건네는 일이었지만 그 안에는 현지 어린이와 가족의 생활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담겼다. 단원들은 준비한 물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났다.
활동을 마칠 무렵, 단원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주러 왔다가 오히려 함께 일하는 기쁨과 관계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동체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경험은 ‘세계시민’이라는 말을 교실 밖의 삶으로 옮겨 놓는 계기가 됐다.
봉사단장 홍수현(아나스타시아·20·제1대리구 세마본당) 씨는 “이번 활동을 통해 15개의 서로 다른 사랑이 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장난으로, 누군가는 손을 잡는 행동으로, 또 누군가는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으로 15명의 단원이 각자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값진 봉사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건청소년해외봉사단은 2009년 활동을 시작했다. 1~3기는 라오스 왕위앙 지역, 4~5기는 캄보디아 프레이벵 지역을 찾았으며, 6기부터 라오스 폰홍 지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교육·문화 봉사와 환경·보건위생 활동을 펼쳐 온 봉사단의 여정은 올해도 ‘돕는 봉사’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만남’으로 계속됐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