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상 주교 “대화는 복음화의 본질”
한국·중국·베트남 청년들, 아시아 청년 문화와 교회의 과제 나눠
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10월 24일 수원교구청에서 ‘아시아의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대화’를 주제로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 선교의 방향과 한국·일본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살펴보고, 청년들이 바라보는 신앙과 교회의 과제를 나눴다. 특히 오후에는 ‘아시아 청년 문화와 시노달리타스 방향’을 주제로 청년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아시아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복음화연구원장 김동원 신부는 개회사에서 “청년 사목을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청년들이 기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심포지엄이 청년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생각을 나누며, 아시아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곽진상 주교가 ‘오늘날 아시아 선교의 새로운 전망: 대화와 선교’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기조강연을 맡은 곽진상 주교는 ‘오늘날 아시아 선교의 새로운 전망: 대화와 선교’를 주제로 다문화·다종교 사회에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곽 주교는 복음 선포가 신앙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고 삶 안에서 복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는 선택적으로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교회에 맡겨진 사명 자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라며 “대화는 복음화의 본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가 강조해 온 가난한 이들, 문화, 종교와의 삼중 대화를 언급하며, 서로 다른 이들과의 대화가 오늘날 선교의 한 방법일 뿐 아니라 선교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정희완 신부가 ‘한국 현대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대화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어진 발표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맥락에서 복음과 문화의 관계, 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정희완 신부(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는 ‘한국 현대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대화에 관한 신학적 성찰’에서 복음의 문화화와 문화의 복음화라는 관점으로 한국 사회의 경제 중심주의와 경쟁 문화, 세속화가 신앙과 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복음화가 일방적인 선포가 아니라 문화와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가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으며, 교회 역시 이러한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음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회 스스로 사회와 문화 안에 자리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복음과 문화를 서로 변화시키는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총장)는 정희완 신부의 발표가 사회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현실과 과제를 성찰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에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데 치우칠 경우 신학이 사회학적 진단에 대한 사후적 설명에 그칠 수 있으며, 반대로 교리와 교회 문헌에만 의존하면 오늘날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학이 “다양한 대화를 통해 현실 세계와 더 가까이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회가 경제 논리에 맞서는 사랑과 무상의 가치를 실천하고 시노달리타스(함께 걷는 교회)의 문화와 영성을 사회 안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쓰노다 유이치 신부가 ‘일본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어 쓰노다 유이치 신부(예수회, 일본 조치대학)는 ‘일본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대화’를 주제로, 일본 문화의 토착화 사례를 소개했다. 신도(일본 고유 종교)와 불교가 일본인의 종교생활뿐 아니라 예술과 문학, 건축, 일상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며, 선(禪) 수행을 통한 영성의 심화, 어린이의 성장을 축복하는 시치고산 행사, 장례미사에서 향을 기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사례 등을 들었다.
쓰노다 신부는 토착화가 전통적 문화 요소를 전례에 외형적으로 덧붙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착화는 “현대 일본인들의 마음과 기도, 외침”에 연결되어야 하며, “일본 문화와 가톨릭교회의 신학·전례·영성 사이에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선이 연구원(경희대 인문학연구원)은 토착화를 기독교가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독교와 현지 문화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상호변용’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이어 오늘날 일본 가톨릭교회가 대화해야 할 ‘일본 문화’가 전통문화인지, 아니면 지금 일본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현대 문화인지 물으며,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개인화, 외국인 주민 증가 등 현대 일본 사회의 현실 역시 토착화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토착화가 기존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문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재해석’의 과정”이라며, 문화적 형식의 수용 여부보다 그 의미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평화의 메아리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오후에는 ‘아시아 청년 문화와 시노달리타스 방향’을 주제로 청년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한국의 가톨릭 청년 정체성, 아시아 청년 문화와 대화, 중국 청년들의 종교와 선교에 대한 시각, 변화하는 베트남 사회 속 가톨릭 청년의 신앙과 삶을 주제로 네 명의 청년 발표자가 각자의 관점과 경험을 나눴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 청년 라운드테이블에서 김찬기 씨가 ‘한국 가톨릭 청년’의 정체성과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김찬기 씨(서강대 신학 박사과정)는 ‘한국 가톨릭 청년’이라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는 “지금 한국 청년들은 피곤하다”며, 그 피로가 고된 노동이나 공부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패배자’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김 씨는 “세계청년대회와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에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진정 이 사회의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한 교회의 태도인가?”라고 물었다. 세계청년대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정작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소외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공허한 시노달리타스’라는 말로 비판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라는 표어를 내세우면서도 청년들에게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청년의 힘들어하는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청년들에게 봉사와 참여를 더 요구하기에 앞서, 그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을 복음화의 주체로 말하려면 먼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 청년 라운드테이블에서 류상현 씨가 '아시아 청년 문화와 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류상현 씨(에디트 슈타인, 경북대 가톨릭 학생회 ‘빨마’ 회장)은 아시아 청년 문화를 하나의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 개국, 수억 명의 청년을 한 사람이 대표해서 말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으며”, 통계와 기사를 모아 ‘아시아 청년은 이러하다’고 요약하면 “존재하지 않는 평균적 인물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FABC가 제시한 삼중 대화, 곧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 다양한 종교 전통, 아시아 문화와의 대화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살펴봤다.
그는 대구의 필리핀 공동체 미사와 베트남 공동체 미사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 교회가 말하는 ‘청년’에 이주 청년과 유학생이 포함되어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이주 공동체의 미사에서 필리핀 신자들의 성가와 베트남 신자들의 기도 리듬이 각 공동체의 문화이면서 동시에 성찬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이 세 개념이 분절될 수 없으며 분절되는 순간 우리가 바라지 않는 많은 것들, 이를테면 배제와 타자화, 외주화가 생겨난다”고 말하며, 가난과 종교, 문화를 따로 떼어 바라보지 않고 전례 안에서 드러나는 삶의 현실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 청년 라운드테이블에서 이효비 씨가 ‘중국 청년들이 바라본 종교와 선교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중국 청년 이효비 씨(마리아,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박사과정)는 ‘중국 청년들이 바라본 종교와 선교적 고찰’을 주제로, 중국 청년들과 나눈 인터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종교 인식과 신앙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 청년들을 종교가 없는 세대로 쉽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교를 통해 위안과 도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리스도교를 접할 기회가 적고 이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 청년들은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 주거나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는 선교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오해에도 주목했다. 한 문화에서는 익숙한 행동이 다른 문화에서는 무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판단하거나 비난하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보고 서로의 문화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만나는 중국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작은 배려를 실천하며,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고 일상에서 관계를 맺는 시간이 중국 청년들에게 종교를 경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 청년 라운드테이블에서 황티빅응옥 마리아 씨가 ‘변화하는 베트남 사회 속 가톨릭 청년의 신앙과 삶’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베트남 청년 황티빅응옥 씨(마리아, 서울대 한국어교육과 박사과정)는 ‘변화하는 베트남 사회 속 가톨릭 청년의 신앙과 삶’을 주제로, 가족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베트남 청년들의 신앙을 소개했다. 그는 “많은 베트남 가톨릭 청년에게 신앙은 가족 안에서 시작되어 본당 공동체 안에서 자란다”고 전하며,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성당에 다니며 신앙을 배우고, 성장한 뒤에는 봉사활동과 청년 모임에 참여하며 신앙을 이어가는 베트남 청년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면서 청년들이 물려받은 신앙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새롭게 이해하고 선택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한국에서 생활하는 베트남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 이주 등으로 가족과 본당 공동체에서 멀어지거나 외로움을 겪기도 한다. 그는 이들에게 공동체가 단순히 미사를 드리는 장소를 넘어 “같은 언어와 문화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새로운 가족”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교회가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함께 미사와 봉사에 참여하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며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도 교회의 몸”이라고 말하며, 청년들의 현실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는 교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청년 발표자들이 '아시아 청년 문화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10월 24일 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4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시아복음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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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s://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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