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지금 평화가 별로 없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신지, 그리고 그 평화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지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닫아걸고 다락방에 숨어 있던 제자들의 모습과 같을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평화를 되찾은 제자들처럼 성령을 가득히 받은 기분일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오늘 우리가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하고 오늘의 복음을 읽고 묵상할 때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성령을 주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성령은 좋은 것이지요. 고여 있는 물이 썩지 않고 계속 움직여 그 안에 생명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람과 같은 분이 성령이시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형상과 강한 열정, 불타오르는 예수님의 성심을 상징하는 불혀의 모습을 지닌 분이 성령이시며, 천지창조 때부터 줄곧 하느님과 함께 하시면서 생동감 넘치는 활력으로 작용하시고 조력자의 역할을 하신 분이 또한 성령이시지요.
이렇게 좋은 성령이신데 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당신 제자들 사이에 곧바로 성령을 부어주시지 않고 좀 뜸을 들이신 것일까요? 그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좋은 것을 받을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주시려고 했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성령을 받기에 아직 준비가 덜 된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우선 평화를 빌어주십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게다가 제자들 한 가운데 서시어 당신께서 살아생전에 그렇게 여러 번 강조하셨듯이 부활하신 모습을 손수 보여주시면서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빌어주신 첫 번째 평화는 제자들을 커다란 기쁨 속으로 초대하여 그들이 다시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빌어주신 평화는 제자들 자신이 하느님 복음 선포의 주역임을 깨닫게 해 주심으로써 그들이 다시금 세상에 나아가 하느님 아버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대한 강한 열정과 사랑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되찾은 평화스러운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는 숨을 불어넣으시면서 당신 성령을 내려주신 것입니다.
어떻게 여러 교우분들도 성령을 받으실 준비가 되셨나요? 성령께서는 우리 곁에 한 여름 소나기처럼 강하게 내리고 계신데, 우리 마음이 여전히 평화와는 먼 상태에 있어서 한 줄기의 성령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떨리고 자신 없어 하는 마음 속에도, 지난날의 상처들과 아픔들로 얼룩져 있는 우리 영혼 속에도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빌어주고 계신답니다.
그분 사랑에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주님의 성령께서 우리 안에 오실 수 있도록 밝은 빛을 뿜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성령께서는 그 평화를 타고 우리에게 내려오십니다. 우리 교우분들 모두 성령의 충만한 은총 속에서 언제나 행복하고 평화롭게 신앙생활 잘 해 나가시길 기도합니다.
[5분 신앙상식] 에즈라.느헤미야기의 구조와 내용
이스라엘로의 귀환… 개혁 담아
가르침에 따르는 삶이 곧 ‘희망’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하느님의 도움’이란 뜻으로 히브리 성경과 희랍어 사본에서는 본래 한 권의 책이었는데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두 권으로 나뉘었다.
에즈라.느헤미야기는 예루살렘 멸망(BC 587년) 후 유배를 간 유다인들이 바빌론 제국을 함락시킨(BC 539년) 페르시아의 황제 키루스에 의해 BC 520년 경에 유배지에서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성전을 짓고 종교 개혁을 하는 내용을 담은 책으로 BC 350년∼BC 250년 경에 쓰였다.
<에즈라기의 구조>
①첫 번째 부분(1장∼6장) : 귀향과 성전 재건 ②두 번째 부분(7장∼10장) : 에즈라의 활동
느헤미야기의 구조
①첫 번째 부분(1장∼7장) : 느헤미야의 성벽 재건 ②두 번째 부분(8장∼10장) : 종교생활 개혁 ③세 번째 부분(11장∼13장) : 귀향민의 정착과 개혁
[내용]
에즈라는 아론의 후손이며 레위 가문의 사제요 율법학자였고,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왕을 섬기던 정부의 고위 관리였다. 이 두 사람이 쓴 에즈라.느헤미야기는 페르시아 황제 키루스의 종교 유화정책으로 고국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민족이 유배되지 않았던 이들과의 마찰, 주변 민족들의 침공 위협을 겪으면서 성전을 재건하고 하느님을 예배하는 제의를 부흥시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성전 재건과 더불어 경신례를 부흥시킬 때 공동체가 겪는 모든 고통은 사라진다는 것을 호소하고 이방인들과의 잡혼을 배제하고 오직 순결하게 하느님께 달려들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에즈라와 느헤미야기에서는 유배라는 어려움을 겪은 유다인들이 다시 유다지방으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신앙인들에게 있어 성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이 얼마나 큰지, 그것을 통해서 받게 될 하느님의 축복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말해준다.
성전을 세우고 조직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것은 신앙인들의 내적 정신세계의 뼈대를 만드는 것으로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은 하느님께 받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제단과 성전, 도시를 재건하고 사회경제적 체제를 갖추는 것, 우상숭배를 배척하 율법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길이 곧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살아나는 길임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