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주체는 모든 신자라고 답한 비율이 93.7%에 이른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주관적 선교열정, 경험여부 등에 있어서는 역시 소극적이고 낮은 관심이 드러났다. 직접적인 복음 선포 방식을 기피하는 경향도 여전했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 신자들에게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선교 방법을 가르치고 제시하는 것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재교육을 통해 신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선교의 실천이 의식을 강화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실천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본당 차원의 새로운 선교방법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들의 38.8%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공간 제공으로 유대감 형성’을 제시했다. 현 단계 천주교회가 가장 부족한 면모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쉬는 교우를 위한 자리 마련’(32.4%), ‘외짝 교우를 위한 자리 마련’(25.5%) 등이 제시됐다. 새 복음화 못지않게 재 복음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재의 선교 방법 이외의 추가적인 선교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직업별·계층에 따른 차별화된 방법’ 41.5%, ‘연령에 따른 방법’ 23.2%, ‘테이프 및 CD 등 다양한 홍보매체 활용’ 19.5%, ‘인터넷·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방법’ 13.5% 등으로 나타나 선교영역과 방식이 다양해진 현실을 보여줬다. 세대에 따라 접근 방법을 달리 해야 하고 새로이 등장한 수단들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전례와 성사
미사 참례 전 충분히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는 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4%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유로는 63.6%가 ‘영성이 부족하기 때문에’라고 답해 신자들 스스로 영성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미사 전례 예절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6.8%가 ‘필요하다’고 답해 현재 신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이 가톨릭 전례와 성사에 대한 전반적인 재교육임이 드러났다.
고해성사의 고귀한 목적이 현실에서 형식화되거나 소극적인 실천으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밝혀졌다. 많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기피하는 이유’로 ‘매번 형식적인 고해로 끝나서’(61.6%), ‘어떤 죄를 고해해야 할 지 몰라 부담스러워’(53.1%)라고 지적했다.
고해성사의 본래 목적을 올바로 교육하고 성사가 형식이 아니라 신앙의 신비를 경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신자, 교회 모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고해성사의 풍부한 의미를 신자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각종 교육, 강론, 그리고 훈화를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조사 응답자의 86.1%가 이러한 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렇게 일상의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깊은 신비의 이해로 나아갈 때 성사는 부담과 형식이 아닌 신앙을 성숙시키는 성사가 될 것이다.
조사 결과 교구장 5대 중심사목이 나름의 성과가 있었음은 물론 성과 이면에 수정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과가 있었던 영역은 성경중심사목과 간부중심사목이다. 성경중심사목의 경우 십여 년 이상 노력해온 성과가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점차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간부 중심사목은 경과한 기간에 비했을 때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교구의 접근이 정교하고 대리구 차원의 노력도 적극적이므로 역시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욱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었던 영역은 복음화와 전례영역이었다.
특히 복음화 영역은 인식과 실천 간의 괴리가 크게 나타났다. 소극적 선교 의지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신자 순 증가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쉬는 신자 비율이 늘어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례영역은 개선됐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5대 중심사목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뿌리에 해당하는 영역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경중심사목과 전례가 이 바탕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간부가 육성되고 이들의 육성이 선교로 이어질 때 5대 중심사목은 통합적인 결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