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가 2008년 말 교세통계에서 신자 수 70만명 돌파와, 복음화율 10%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것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교구의 안과 밖을 돌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2008년 교세 통계에 나타난 교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해 본다.
이제 수원역과 안양역, 평촌역, 안산역 앞에서 만나는 사람 열명 중 한명은 가톨릭 신자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른 아침, 분당선 전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지나치는 사람 열명 중 한명도 천주교 신앙인이다. 용인 지역에 위치한 성지를 찾아가다가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기 위해 들른 편의점의 종업원도 신자일 확률이 1/10이다.
신자 수 70만명 돌파는 서울대교구를 제외하면, 국내 어느 교구도 넘지 못한 산이다. 특히 70만명을 성취한 그 짧은 기간이 더욱 놀랍다.
신자 수 4258명에서 71만8638명으로, 사제 수 28명에서 450명(선교회 및 수도회 사제 포함)으로, 본당 수 24개에서 187개로….
수원교구가 1963년 교구 설립 이후 4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브레이크가 없었다. 신자 수 10만명을 돌파(1981년)하는 데는 교구 설정 후 17년이 걸렸지만 20만명(1988년)은 불과 7년 만에 넘어섰다. 이어 30만명(1992년)과 40만명(1996년), 50만명(2000년)을 넘어서는 데는 각각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70만명을 넘어섰다. 마치 작던 눈덩이가 산을 내려오면서 놀라운 속도로 커지는 형국이다. 작은 불씨 하나가 인간의 힘으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큰 불로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적인 신자 수 증가도 복음화율 증가 없이는 무의미하다. 만약 신자 수는 늘어나지만 관할지역 인구수 대비 신자비율을 의미하는 복음화율이 뚝뚝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신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구는 그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교구의 인구대비 신자비율을 보면 2002년 8.87% 이던 것이 2003년 9.29%, 2004년 9.37%, 2005년 9.58%, 2006년 9.73%, 2007년 9.92%, 2008년 10.06%로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매년 평균 0.1~0.2%의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수가 적은 교구에서 0.1% 신자비율 증가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70만 교구에서 0.1% 증가는 매년 신자수 4000명 본당 5개씩 더 신설해야 하는 수치다.
특히 인구대비 신자비율의 지속적인 증가는 수원교구 신자 증가가 단순히 신도시 개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신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중 천주교 신자가 유난히 많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 한, 신도시 개발과 신자 수 증가를 단순 등식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만약 신도시 개발에 의한 유입 인구에 의해서만 신자수가 늘어난다면, 인구대비 신자비율은 떨어져야 한다. 복음화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교구 자체가 지닌 역동성과 선교 열기, 소공동체의 활성화 등 다양한 요인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복음화를 향한 교구의 땀과 노력은 영세자 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한 해 동안 교구에서 세례를 받은 이는 모두 1만8411명. 이는 2008년 교구 신자 증가 수 2만1478명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극히 단순화 시키자면 교구 공동체의 복음화 땀에 의존하지 않은 신자 증가(외부 신자 유입)는 전체 증가 신자 수의 14%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일선 본당들의 피나는 복음화 노력이 일궈낸 결과다. 지난해 100명 이상 영세자를 낸 본당은 성남대리구 분당요한본당(452명)을 비롯, 수원대리구 권선동본당(339명), 안산대리구 시화바오로본당(237명), 안양대리구 중앙본당(258명), 용인대리구 수지본당(416명), 평택대리구 발안본당(210명) 등 총 68곳에 이른다. 특히 안양대리구는 전체 24개 본당 중 무려 17개 본당에서 100명이 넘는 영세자를 배출했다.
자연히 본당별 지역인구 대비 신자비율도 쑥쑥 올라갔다. 성남대리구에선 도척(14.39%), 분당요한(13.63%), 구미동(12.87%), 금곡동본당(12.84%) 등 9개 본당이 지역 인구수 대비 신자비율 10%를 넘겼다. 또 수원대리구는 상촌본당(14.23%) 등 5개 본당이, 안산대리구는 철산본당(12.01%) 등 2개 본당이, 안양대리구는 하우현(49.35%), 별양동본당(16.49%) 등 8개 본당이, 용인대리구는 성복동성마리아요셉본당(17.11%) 등 13개 본당이, 평택대리구는 미리내(38.54%), 미양성요한비안네본당(18.86%) 등 11개 본당이 각각 10% 고지를 넘었다. 복음화율 10%를 넘긴 본당이 48곳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양대리구는 9%대 본당이 대리구 중 가장 많은 9개 본당에 달했다.
이번 교세 통계를 보면 교구의 희망은 단순히 신자수 증가나 복음화율 상승에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원교구가 젊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30~40대 신자가 전체 신자의 36.64%에 달한다. 특히 40대 신자는 14만4909명으로 전체 신자의 20.16%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신자가 11만18403명(16.48%)로 그 뒤를 이었고, 50대 10만2890명(14.32%), 20대 9만9447명(13.84%) 순이었다. 만 13~19세 연령층의 청소년도 전체 신자의 10%에 가까운 9.86%(7만977명)의 비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년 전 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30대 신자가 줄고, 50대 신자가 늘어난 것은 교구도 이제는 어느 정도 조정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006년도에는 20~30대 신자를 합한 비율(31.31%)로 40대 및 50대 신자를 합한 비율(23.14%)보다 많았지만, 2008년 통계에서는 20~30대 신자 비율(30.32%)이 40~50대 신자비율(34.48%) 보다 낮았다.
특히 2006년에는 30대 신자가 1728명이 늘어나는데 그친데 비해 20대 청년 신자가 3312명, 13~19세 청소년이 2280명 늘었다. 2006년의 놀라운 20대 청년 신자의 증가 통계는 같은 해 40대 신자 증가 수 3276명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2008년의 20대 청년 신자 증가는 1996명에 그쳤다. 반면 40대는 3157명, 50대는 9329명 증가했다. 게다가 30대 신자는 363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20대 및 30대 청년층이 시간이 흐르면서 교구의 40대 및 50대 장년층으로 옮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교구의 청소년 청년 사목 활성화로 인한 열매가 취업 등으로 인해 타 교구로 전이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는 법이다. 수원교구의 아킬레스건은 ‘인프라’. 급속한 팽창에 간신히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보니,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던 인프라 구축에는 미진했다는 것이 교구의 자체적 판단이다.지난 2004년 교구설정 40주년 당시 교구가 자료집을 통해 “산업사회 발전을 위해선 고속도로와 전기 등 기반시설이 필요하듯 수원교구에도 신자들이 편안하게 찾아가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피정 공간 마련, 청소년 센터 건립, 은퇴 사제를 위한 숙소 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판교 등 신도시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당장 성당 부지 마련 조차 쉽지 않다.
이번 통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현재 성전 건립을 준비하거나 건립 중인 본당, 성전 건립 후 부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본당이 전체 187개 본당의 약 7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교구 관계자들은 교구의 앞날을 ‘맑음’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새 교구장의 일치를 향한 염원, 열린 의식, 젊은 사제단의 열정, 젊고 경륜과 의욕을 갖춘 교구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그 이유다. 실제로 이용훈 교구장 주교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구내 구성원들의 일치를 강하게 강조했다. 여기에 김남수 주교의 신학교 설립 혜안과 최덕기 주교의 적극적 후원의 열매인 30~40대 주축의 젊은 사제단의 패기가 있다. 소공동체 교육 등 각종 교육에 대한 교구민들의 높은 참여율도 빼놓을 수 없다.이같은 장점은 이용훈 교구장 주교 체제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한층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해 수원교구는 완전히 새로운 틀로 거듭났다. 이용훈 주교는 그 새틀의 기조를 5월 14일 교구장 착좌식에서 ‘새복음화’‘내적 복음화’‘외적 복음화’라고 제시했다. 이제 복음화를 위해 교구가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 것이다.
수원교구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마다 많은 이들은 2001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심상태 몬시뇰의 고언을 떠올린다. 당시 심몬시뇰은 의미있는 미래 전망을 내 놓은 일이 있다. 심 몬시뇰은 ‘교구 설정 50주년의 모습’을 주제로 열린 당시 교구 심포지엄에서 “수원교구가 소재한 수도권 지역은 앞으로 국가 중심 기능과 사회경제 메커니즘의 원동력을 창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몬시뇰은 더 나아가 “한국 제 2의 교구로서 내적 충실을 통한 질적 도약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며 “2013년에 기념하게될 교구 설정 50주년을 동아시아 지역 가톨릭 중심 교구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이나 지났지만 심 몬시뇰의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교구 설정 50주년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우광호 기자 wo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