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오, 북수동성당 마당에는 수원대리구 권선․영통지구 중학생 예비신학생들이 수원 성지 도보순례를 하기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김정환(비오)부제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면서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며 신앙생활을 고찰해보고 그분들의 뒤를 따르는 예비신학생들이 묵주기도와 함께 순례길에 쓰레기를 줍는 희생의 실천을 통해 내․외적 정화의 시간을 갖고자 길을 나섰다"고 설명한다.
'신앙의 신비가 깃든 5743m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수원화성'
예비신학생들이 찾은 수원화성은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정조대왕의 명을 받아 다산정약용(요한)선생이 설계, 시공한 성곽으로 천주교 박해가 이뤄지면서 천주교 신자들 처형지가 되었으며, 성곽
전체가 78명의 순교자와 수천 명의 무명 선교자들의 거룩한 수교지이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신앙 증거지이다.
'방화수류길을 따라 걷다'
성지관련 영상을 본 후, 여느 중학생들과 같이 손에 익숙한 핸드폰은 잠시 뒤로하고 묵주를 꺼내 든다. 성지 설명을 듣고 순교자들을 위해 묵념한 후 방화수류길을 따라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고 쓰레기도 주우면서 순례의 길을 걷는다.
'방화수류길을 걸어 먼저 도착한 곳은 화홍문'
'화홍문에는 7개의 수문이 있는데, 이는 다산 정약용의 신심에 따라 신약의 7성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이어 서민들이 드나들던 비상문이며 처형당한 신앙 선조들의 목이 걸렸던 북암문을 통해 용연으로 내려가 공개 처형 장소였던 동북각루를 바라보며 순교자들의 정신을 함께 기렸다.
'정약용의 신앙고백이 담긴 건축물 방화수류정'
숨은그림찾기 하듯 수원화성 누각 중 하나인 방화수류정 서쪽 벽면의 86개의 십자가를 살펴보고 신발을 벗고 올라 십자가형으로 만들어진 팔각정 지붕을 살펴본다. 독실한 신자였던 정약용 선생의 뜻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날 예비신학생들은 성지순례 제1코스를 순례하였으며, 피를 흘려 주님을 증거한 거룩한 순교지에서 순교정신을 기억하며 성소의 싹을 키워가고 있는 중학생 예비 신학생으로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순교의 의미를 찾아보고 실천해보았다.
순례를 마치고 "너희들 이제 죽을 수 있니?"하는 김정환 부제의 질문에 예비신학생들은 "네?!"하고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참된 순교의 의미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예비신학생들이 할 수 있는 순교는 친구들과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수원성지 전담 나경환 신부의 말을 가슴에 담은 예비신학생들은 이제 성소를 향한 순례를 위해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