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탄대축일 전야’를 일주일 남겨둔 12월 17일 밤 10시. 장호원성당 지하교육관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24일 ‘지역별 성극 발표’에 앞서 연습이 한창이다.
진암 2지역 신자들이 직접 쓴 대본 ‘마귀와 성탄절’은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사건인 예수님의 탄생과정을 묘사했다. 극에 출연하는 신자들의 연기 열정이, 동지를 앞두고 엄습해온 야밤의 추위도 녹일 정도다. 다음은 ‘마귀와 성탄절’ 제1장의 첫 부분
(조명은 황색집중)
요셉은 갈팡질팡 불안하고 두렵다.(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다가 곧이어 의자에 앉는다. - 골치 아프고 심한 고민에 빠져 있다)
수호천사: (안타깝고 애처로움이 표정·말투·몸짓에 배어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겠어.
마리아는 절대로 그런 여자가 아니야.
마귀: 천만에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매사를 감상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봐.
지혜롭게 생각해 보라구.
처녀가 혼자서 임신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니까!
요셉: (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확실한 것은 나도 모르게 임신했다는 사실이야.
마귀: (비웃으며) 바로 그거야. 결국 마리아는 다른 남자하고 잠을 잤다는 결론이야.
요셉: (괴로움에 못 이겨 머리를 쥐어짜며 자리에 털썩 앉는다)
악 !!!!!! 그럴 수가!!!!!
마리아가 그럴 수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지?
“연극을 직접 접해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수호천사’ 역의 이재옥(마르타·43) 씨는 “나의 몸짓과 이상적인 인물인 ‘수호천사’의 몸짓을 연기로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되는 순간, 전에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감정을 맛보았다”고 전했다.
‘대제사장’과 ‘목동1’ 역할을 맡은 김연행(보니파시오·59)씨는 “이 ‘성극’을 통해 별난 형태로 우리네 인생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보통 때는 관찰 할 수 없는 형태의 한 인간을 또 하나의 내가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한미경(율리아·43)씨는 “엄숙한 ‘성극’ 대신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남녀 역할을 바꾸는 등 막이 내릴 때까지 20여 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게 연출했다”며 “오늘날 이곳 장호원읍에서 있을 수 있는 현대적 모습들도 패러디해서 익살스런 장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군데군데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1960년 3월 18일 설립되어 이천시 장호원읍에 위치한 장호원본당은, 현재 2,400여 신자들이 2010년 설립 제5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내적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본당의 관할은 장호원읍을 4개 지역으로 나누어 21개 구역이 있다.(문의 031-643-2111 장호원성당)
장호원본당의 지역별 성극 경연대회는 오는 24일 저녁 7시 30분 성전에서 그 막이 열린다.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