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축복해요. 당신의 마음에 우리의 사랑을 드려요”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안양소년원 8명의 원생들을 축하하는 천주교반 학생들의 율동과 찬양이 울려퍼졌다.
4월 3일 부활성야미사와 함께 거행된 세례식은, 창살로 막힌 작은 천주교 집회실에서 열렸다. 비록 학생들과 봉사자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앉기에 비좁은 방이지만 하느님의 사랑, 부활의 희망과 기쁨이 방안에 가득 찼다.
특히 이번 세례는 세례를 준비한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과 열성적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난 몇 달간 그림으로 기도문을 배우고 퀴즈로 성경과 교리를 익히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조금씩 하느님을 알아왔던 것. 이곳에서 천주교반은 최고의 인기라고 한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천주교 반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스무 명이 넘을 정도다. 하지만 규정상 종교를 골고루 분배해야 하고 집회 장소가 좁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들어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손에 손을 잡고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 아직은 기도 중에 자격증이나 검정고시를 붙게 해 달라는 기도나 가족이 건강하게 해달라는 청원기도가 대부분이지만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만은 다른 누구 못지않다. 천주교반을 통해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미용 이론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셨나 봐요.”라고 기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학생들은 새 삶을 준비하기 위해 각자 미용, 컴퓨터, 검정고시 등 자격증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수님 때문에 형제를 사랑합니다.” “오, 주여 나의 마음이” 등의 노래에 맞춰 율동과 찬양, 그리고 예수님께 드릴 작은 소망과 선물의 편지가 봉헌되었다. 처음으로 하는 영성체에 대한 기대감 속에 들뜬 모습이 여느 평범한 청소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유난히 많은 독서와 긴 미사에 지루할 법도 하지만, 학생들의 얼굴은 부활의 기쁨으로 가득했고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부활 달걀과 음식을 나누며 행복한 부활대축일을 보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8명의 새 신자들은 세례의 기쁨에 행복해했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싶다는 김 프란체스카 양은 “다시는 이곳에 안 들어오게 해달라고, 미사에 감사드린다고 기도했다. 이제는 거짓말 안하고 착한 행동으로 불쌍한 애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 아가페 양은 “아빠가 하는 일이 바쁘셔서 면회를 잘 못 오신다. 기도 중에 아빠 사업 잘 되시길, 그리고 나쁜 마음 안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신 카타리나 양은 “뭔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며 “이제 하느님께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례 받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이 미카엘라 양은 “찰고 전에 기도문을 못 외웠는데 갑자기 외워졌다.”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기원 신부는 강론에서 “주님의 부활은 희망을 주고, 변화를 요구한다”며 “달걀이 껍데기를 깨고 병아리로 태어나듯이 이전의 나의 모습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전의 모든 죄는 세례를 통해 묻히고 새로운 자녀로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관계 속에서 장벽을 부수고 넓은 마음으로 다가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갓 깨어난 세례자들은 각자 굳센 각오와 함께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서전복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