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 22일. 그러나 우리 월피동본당은 그런 찜통같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일찍 부터 분주했다. '사제 수품을 축하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걸린 성전. 바로 이틀 전 사제로 서품된 본당 출신 김대한(발레리오) 신부의 첫 미사를 앞둔 본당 식구들은 모두 벅찬 마음으로 사제의 첫 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주방에서는 잔치음식이 마련되고, 성가대는 새 사제를 위한 축가와 안수 때 들려 줄 성가를 연습하고, 나 역시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한복을 입고 성당 마당에서 안내 봉사를 맡았다. 어느새 땀 범벅이 되었지만, 우리 본당에 새 사제가 탄생된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풍성한 잔치가 이뤄질 수 없으리란 생각에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
이런 감동을 나만이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김대한 신부가 신학교 후배인 김종연 신학생이 축하 편지를 낭송할 때 눈물을 보이자, 이내 신자들의 눈물보가 함께 터졌다. 한 명의 사제가 세상에 나오기 까지 그 얼마나 많은 이들의 기도와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했을 지는 어느 누구도 헤아리기 힘들 일이리라. 미사 내내 되뇌인 말은 딱 한가지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치 그 억겁과 같은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이날 아버지 신부 자격으로 미사에 오신 원로사목자 정지웅 신부는 "어머니는 자식이 어떤 잘못을 해도 비난하지 않고, 눈물로써 숨어서 기도하며 자식이 잘 될 때 조차 교만하지 않고 더 큰 성인 사제가 되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러분이 모두 새 사제의 어머니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새 사제의 안수를 받으며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제부터 모든 사제의 어머니가 되기로. 어머니의 그 마음으로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기로 말이다.
박명영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