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본당(주임 김상순 신부) 내 장애인 신자들로 구성된 실로암 소공동체 30여 명이 10월24일 전교주일을 맞아 천진암 성지순례를 떠났다. 떠날 때 찌뿌둥하던 날씨는 성지에 도착하자 모든 순례자들을 반기듯 맑고 쾌청한 날씨로 변했다.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동 휠체어를 힘겹게 밀며 한바퀴, 두바퀴 씩 성전터를 둘러보며 실로암 소공동체원들은 그 웅장함에 놀라기도 하고 선조 순교자들의 생애를 떠올려 숙연해지기도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믿음을 다졌다.
한경숙(리베레따)씨는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성전의 위엄과 함께 하느님의 큰 은총의 사랑과 힘을 느끼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며 “힘든 순례길이긴 했지만, 어려운 산길을 따라 그곳에서 천주교를 알고자 연구하고 토론했던 선조들께 큰 감사를 느낀다”고 전했다.
전교주일인 이날 허보록 신부(파리외방전교회)는 “전교란 정의와 진리와 사랑을 전하는 것이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어떠한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누구나 전교할 수 있기에,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나가자”고 당부했다. 또 “새터민들을 돕는 것 역시 전교의 한 부분이라며 북한에도 주님의 기쁜 구원의 소식이 전해지기를” 청했다.
실로암 소공동체원들은 “선교는 먼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이 밖으로 나와 예수님을 증거할 수 있었던 힘과 믿음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프랑스에서 이곳까지 와 20년 간이나 전교하는 허보록 신부님처럼 앞으로 전교하는 데에 망설임 없이 예수님을 증거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성재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