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기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세계 병자의 날’로 선포했다. 병자들에 대한 봉사 정신을 확산시키고,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특별히 고통 받는 병자들의 온전한 치유를 기원하며 이들과 고통을 나누고자 정한 ‘세계 병자의 날’이 그 열아홉 번째를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19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를 발표 “이날은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고 아픈 우리 형제자매들을 각별히 생각해보는 은혜로운 기회”라며 “모든 교구는 고통 받는 이들을 더 효과적으로 돌보도록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교구 내 원목대상 14개 병원 중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의 원목실을 탐방해 구원의 의미를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1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1월 22일 토요일 오전 10시가 가까운 시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지하 3층 천주교 원목실(이 와람 원목신부). 서너 평정도 되는 방에 원목사제·수녀와 봉사자들은 정오까지 진행될 병자영성체·고해성사·병자성사 등에 대해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봉사자 4명을 동반한 이 와람(안토니오,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신부는 각 병동을 순회하면서, 사전에 신청한 10여 명의 환우들에게 봉성체와 고해성사를 집전했다. 한참동안 병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한 이 신부는 환우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힘내세요, 미사 중에 기억할게요!”라며 다독거리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병자영성체에 봉사자로 참여하는 육희수(마리아·60·분당요한본당) 씨는 “각 병실을 방문할 때면 교우 환자의 병환 상태에 따라 그 심정을 공유하게 된다”며, “그분의 상태가 호전되면 기쁘고, 악화되면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게 된다”고 그동안의 경험을 전했다.
이 와람 신부는 “이 세상에서 나병보다 더 무서운 병은 바로 자기 죄를 모르고 교만한 위선으로 가득 찬 바리사이처럼 자신보다 낮은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병’”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어 “고통은 무조건 없어져야할 악이 아니라, 하느님께 이르게 하는 선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병고(病苦)를 하느님께 이르게 하는 선한 도구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특전미사 전 이 와람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이대로(비오·28·서울 구의동본당) 씨는 “신종 암으로 투병하면서 2개월 여 동안 예비자 교리를 거쳐 주님의 새 자녀가 됐다”며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겠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지하 3층 원목실(031-787-1877) 경당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특전미사가 봉헌되며, 수요일 오후 2시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묵주기도를 바치고 또한 원목실 경당은 새벽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개방한다. 또 토요일 오전 중 병자영성체(=봉성체)가 실시되고 있다. 원목실에는 1명의 원목신부와 2명의 원목수녀가 있고 광주·분당·서울·용인 등에서 20여 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천주교 원목실은 2003년 3월 병원 개원 이래 한국어에 능숙한 이 와람(안토니오) 신부가 8년째 병원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소속 2명의 수녀들도 원목의 소임을 맡고 있다.[※문의 ☎031-787-1877 분당서울대병원 천주교 원목실]
# 가두리 양식장에서의 설맞이 -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설’ 명절을 이틀 앞둔 2월 1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별관 1층 성당에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있었다. 환자와 그 가족 등 50여 명이 미사에 참례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주님께 의지하며 밝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도했다.
미사를 집전한 류충렬(대건안드레아·예수회) 신부는 강론을 통해 ‘하혈하는 여인’과 ‘회당장 야이로의 딸’에 관한 복음 말씀을 들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의 여부가 ‘치유’의 관건이 된다”며 “우리가 가장 약해져서 하느님께 나의 믿음과 기도가 간절해질수록 주님의 말씀도 선명하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사목이 ‘황금어장’으로 표현되는데 반해, 병원사목은 흔히 ‘가두리양식장’으로 비유된다”고 전한 류 신부는, “예수님 시절 사도직 행위의 반 이상이 병자에 대한 치유와 그들을 돌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7시 50분 ‘방송기도’로 시작해 오후 9시 ‘방송기도’로 일과를 마치는 성빈센트병원 원목팀장 박명희(비르짓다) 수녀는 “일과 중 열 명의 원목수녀가 열 개 병동의 호실마다 돌며 환우들을 위한 기도와 상담을 응하며, 스물네 시간 깨어 환자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있는 곳이 원목실”이라고 전했다.
“수술실 앞에서 환자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는 수녀님 모습에 감동돼 세례까지 받은 경우가 여럿 있다”고 소개한 박 수녀는 “때로는 진료비 때문에 고민하는 환자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 해결사(?) 수녀님이 계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성빈센트병원 원목팀은 1월 27일부터 2월 11일까지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의료진과 자원 봉사자들을 위한 ‘9일 기도’를 했으며, 2월 11일 병원 1층 로비에서 내원 환우와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무료찻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병원 성당에서 ‘세계 병자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문의 ☎031-249-7009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원목실]www.cmcvincent.or.kr/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