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김샛별 명예기자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따르르릉 “여보세요” “나야 안신부(청년부국장), 이번 세계청년대회 참가할거야?” “당연히
해야지””알았어” 그렇게 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알았어라고 대답했던 나처럼 수원대리구 청소년 국장인 함상혁 신부도 okay라는 대답과 함께 우리는 세계청년대회라는 여정(camino)을 준비하는 전우요 메이트(mate)가 되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보다는 처음이라는 두려움과 망막함이 앞섰지만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청년들의 모임을 하느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마음으로 흐르는 섭리속에 맡기기로 했다. 또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유럽의 에이스급 소매치기들이 스페인에 다 모인다고 하기에 특별히 구성원들의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세계청년대회의 여정은 준비모임부터 시작이 되었다. 외적인 준비부터 시작하여 이어진 영적인 준비는 공동체적인 준비에서 개인적인 준비로 이어지게 되었고 믿는 마음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처음으로 청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저 사람은 누구지, 저 신부님은 누구지라며 쳐다보며 어색해 하던 시간들이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며 한 배를 탄 동지들로써의 연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알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 청년들이었지만 이제 한 가지의 주제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려 자신을 굳건히 세우고 믿음 안에 튼튼히 자리를 잡으십시오.”(콜로 2,7)와 목적을 가지고 한 배를 타게 된 동기들이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vamos con mucho gusto juntos’(기쁜 마음으로 함께 가자!)
우리들의 슬로건은 Vamos con mucho gusto, juntos였다. Vamos는 스페인어로 ‘함께 가자’라는 뜻이고 con mucho gusto는 ‘기쁜 마음으로’이며 juntos는 ‘함께’ 라는 의미이다. 즉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가자라는 뜻이다. 45명이라는 멤버들이 세계청년대회라는 예수님을 만나는 여정 안에서 함께 해야 하며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정했던 슬로건이다. 또한 대회 주제와 발맞추어 정했던 우리들 나름의 소주제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슬로건을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청년대회 기간을 함께 보내면서 충분히 함께였고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별로 이동하고 조별 시간을 갖고 때로는 힘든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관계 안에서의 문제들도 있었지만 함께였다. 또한 피부와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하고자 모인 세계청년들과 기쁜 마음으로 여정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스페인 본대회를 참가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졌던 교구대회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며 찬양을 하고 어우러졌으며 다소 어색한 부분을 극복하고 서로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홈스테이를 통해 기꺼이 환영해 주었던 프랑스 가정들의 따뜻함과 배려에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싶다. 넓은 세상 다양한 민족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해주었던 시간들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특히 요즘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출발점이기에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걸을 수 있었던 시간은 특별했다. 짐을 늘려서는 갈 수 없으며 가면서 내려놓게 된다는 그 길을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기회에 꼭 완주해 보리라는 마음 속 다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리고 믿음 안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채우려고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내려놓고 정리할 때 가능한 것이다. 나만 우리나라만이라는 생각과 틀을 깨고 내것만 우리 것만이라는 가두리 사고를 내려놓고 내 사고와 내 틀에 맞추어지기를 바라는 일상의 패턴을 내려놓고자 노력할 때 그리스도로 채워지고 그 채워짐을 통해 결국 새로운 나로의 복된 전환을 이룰 수 있음을 이번 청년대회가 청년들에게 알려 주었을 것이다.
‘복된 전환’
교황님과 미사를 하기 위해 cuatros vientos(사방팔방이 바람이라는 뜻)라는 비행장으로 이동하여 지상최대의 노숙을 할 때의 일이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 내내 좋았던 날씨였는데 비행장 이름에 걸맞게 교황님께서 오시고 말씀을 시작하면서부터 번개를 위시한 그의 형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게 뭔일이란 말인가? 비가 내리면서 자연스레 걱정은 우리들의 짐이었다. 비를 피해 어떻게 하면 짐들이 젖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에 남자 청년들이 짐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운데로 모여진 짐을 노숙중에 깔고 자야 할 깔개로 덮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게 부는 관계로 짐을 덮기가 쉽지 않았지만 비를 맞아가면서 나의 짐이 아닌 우리의 짐을 챙기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고마웠고 기특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저녁식사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다. 그래서 남자 청년들 몇 명을 뽑아서 저녁식사를 구해오게 하였다. 얼마 후 파견되었던 청년들에게 전화가 왔고 우리는 저녁 식권을 들고 나를 포함한 남자청년들이 파견되었다. 걸어서 40분 정도를 비를 맞으며 걸어갔고 한끼 식사를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40분 정도를 걸어와야만 했다. 그런데 청년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내내 성가를 부르기도 하고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군가를 부르며 서로를 독려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게 저녁을 해결하고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내것을 먼저 챙기려고 하기보다는 서로를 걱정하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청년들의 모습이 어찌보면 자신을 내려놓은 복된 전환의 초기 단계가 아닐까 한다.
외국청년들의 모습과 교회의 모습들을 보며 한국청년들의 모습과 교회의 모습들을 비교해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외국청년들과 교회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가를 놓고 보더라도 가사가 무척이나 단순하며 멜로디 역시도 금새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라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알렐루야가 가사의 전부이기도 하다. 반면에 우리의 성가는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가지고 있지만 금새 따라하기는 좀 어려운 듯 하다. 또한 기타 하나를 가지고 몸을 성가에 맡겨 누구라도 함께 합류하여 춤을 출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좋은 음악장치와 악기들이라는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하며 금새 실증을 내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는 더, 좀 더, 좀 더 많이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져다준 결과가 아닐까? “신부님 저 한국에 가기 싫어요”라며 웃으면서 말하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반면에 한국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많은 모습들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회기간 동안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 원래 이런 애였니?” 한국에서는 수줍어하고 말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별로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모습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오면서 조금은 달라졌다. 아니 많이 달라졌다. 서로가 협동하고 도와주며 또 자기들끼리 모여 시작기도와 마침기도를 하며 신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청년들의 뜨거움과 교회사랑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교회의 미래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단 양적인 증가와 가시적인 화려함에 치중하고 그리스도라는 중심이 빠져서는 안될 것이고, 다시 원천으로 돌아가 말씀과 성체성사 그리고 기도에 충실할 수 있는 질적인 쇄신을 이룰 수 있는 물꼬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신앙전통을 가치있게 받아들이고 그 후손임에 자랑스러워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도움을 준다면 한국교회청년들은 세계교회에서 기둥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와 더불어서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교회라는 울타리를 깨고 세계교회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선교사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섭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우리보다 앞서 신앙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과거와 현재를 만남으로써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교회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 몫은 좁은 울타리를 깨고 넓은 안목을 갖고자 노력하는 교회의 보물이요 희망인 청년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먼저 그리스도 위에 뿌리를 내리는 그리스도인으로써의 확실한 정체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매일매일 하느님이 제거되어 가게 만드는 세속화의 과정 속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리스도 안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리스도는 배제된 기호식품화 된 신앙생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이는 반석이 아닌 모래 위해 쌓아진 집과 같기에 금새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말씀과 성체성사, 기도 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하겠다. 그리고 한국순교자들의 신앙을 잊지 않고 이어나가고자 한다면 양적인 쇄신의 모래 집이 아닌 질적인 쇄신을 이루는 반석 위의 집으로 복된 전환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청년대회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두 분 주교님과 청소년국장 신부님들과 교구청 직원분들, 기도와 관심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용인대리구 청소년국장 조남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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