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자랑거리가 두 개 있습니다. 그것은 ‘75세 되는 오늘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있고, 5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사제로 살아온 것’입니다.”
1961년 12월 30일 가톨릭 사제로 서품되어 오는 2011년 12월 30일이면 사제 수품 50주년을 맞는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이명기(베르나르도) 신부.
50년이라는 세월동안 가톨릭 사제로서 살아온 한 사제의 수품을 축하하고 그의 일생을 통해 사제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사제수품 50주년 기념 미사(금경축)’가 11월 22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주교단(총대리 이성효 주교·전임교구장 최덕기 주교),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기 신부는 50년 세월 동안 사제로 살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자신의 금경축 미사를 주례했다.
황금색 제의를 입고 주교들과 많은 선·후배 사제, 그리고 신자들 앞에서 이명기 신부는 교회를 위해 살아온 지난 반세기를 회상하는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미사를 봉헌했으며, 참석한 모든 이들은 하느님의 사제로서 50년을 살아온 원로 사제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했다.
“오늘 저를 위해 여러분이 마련해 주신 이 자리가 감사하면서도 너무나도 송구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제로 50년을 살아오면서 특별히 잘한 것도 거창하게 이뤄놓은 것도 없습니다.”
1937년 강원도 이천군 이천면 개화리에서 태어난 이명기 신부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부모님을 따라 형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 왔다. 서울 명동성당 인근에 터를 잡은 덕인지 소년시절 이명기 신부는 자연스레 성당을 놀이터 삼았고, 미사를 봉헌할 때는 복사를 서면서 사제로서의 꿈을 키웠다.
“사제가 된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그냥 나는 사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성소 동기를 '대수롭지 않게' 말한 이명기 신부는 계성초등학교와 성신 중·고(소신학교)를 거쳐 가톨릭대학교(대신학교) 졸업 후 1961년 12월 30일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됐다.
그 후 미양 성 요한비안네본당(1962~1964),
수진동본당(1968.10.7~1971.6.17),
명학본당(1981.6.18~1985.2.25),
북수동본당(1985.2.26~1990.12.5),
군포본당(1990.12.6~1997.2.13)을 거쳐 정자동주교좌본당(1997.12.14~2002.1.28) 초대 주임으로 사목한 이명기 신부는 신흥동본당(2002.1.29~2004.9.30)에서의 사목을 마지막으로 2004년 10월 1일 일선 사목 현장으로부터 은퇴했다.
“오래전 선배 신부님으로부터 ‘튀는 사제가 되지 말고, 그저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한 이명기 신부의 삶에 대해,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신부님은 ‘원칙에 충실하시고 부지런하신 분’으로 사제들과 신자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신부님은 ‘사제에게 있어 성사 집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하셨으며, 성경과 전례기도를 중심으로 강론을 준비하셨다.”
성남지역 복음화에 기초를 놓으신 분
이명기 신부는 1968년 수진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13년 동안 사목했다. 당시 성남은 서울에서 강제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수진동성당 제3대 주임으로 부임한 이명기 신부는 천막을 치고 탁아소를 운영하던 성체회(현 인보 성체 수도회)의 제의로 탁아소 근처에 성당터를 확보하여 1971년 4월 성당 건립을 시작했다.
공사비 부족으로 인해 공사가 자주 중단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신축 기공식을 거행한 지 7년 만인 1978년 5월 1일, 당시 교구장이었던 故김남수(안젤로) 주교의 집전으로 ‘눈물의’ 봉헌식을 거행했다.
축하식에서 사제단 대표로 축사를 한 수원대리구장 최재용(바르톨로메오) 신부는 “수진동본당(전 갈전리 본당)은 성남지역 최초의 본당으로, 신부님께서는 오늘날 성남지역 복음화에 기초를 놓으신 분이시다”라면서, “‘격동의 어른’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50년의 세월을 주님과 성교회에 봉헌하신 신부님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시길 모두 기도하자”고 말했다.
또한, 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도 축하 인사를 전하며, “오늘 한 원로 사제의 살아온 지난 역사와 행적은 그냥 듣고 아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깨닫고 얻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로 신부님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 교구가 성장한 만큼 우리는 그분들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교구의 희망찬 앞날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경축 행사는 기념미사와 축하식, 축하연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동료 선·후배 사제와 수도자들, 이명기 신부가 지난 날 사목했던 본당의 신자들이 참석해, 하느님의 사제로서 50년을 살아온 원로 사제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을 청했다.
현재 수원교구에는 29명의 원로사목자(은퇴 사제)가 있으며 교구 사제는 총 41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