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교구에서 실시한 ‘제1회 한국 천주교회 창설주역과 천주신앙’ 심포지엄 이후,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수원교구의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월 3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는 ‘제4회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 시복시성을 위한 심포지엄’이 실시됐다.
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배 신부) 주최, 수원교구 성지위원회,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의회(회장 변영철, 영성지도 문희종 신부),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 후원회 후원으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약 8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한국 천주교회의 위대한 창립선조들의 시복 시성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발제자와 논평자의 내용을 경청했다.
그동안 열린 심포지엄에서 창립선조들의 순교의 확실성과 평판에 초점을 맞추어 이어온 것과는 달리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 후손들의 천주신앙’이라는 주제로,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 근원과 활동상을 살펴보고 그들이 창립선조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후손들의 신앙을 통하여 창립선조들의 신앙을 재조명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는 ▴시복시성에 요구되는 성덕과 덕행의 영웅성(최인각 신부) ▴이벽의 가족과 후손의 천주신앙(김옥희 수녀) ▴이승훈 후손의 천주신앙(김정숙 교수) ▴권철신·권일신 후손의 천주신앙(여진천 신부) ▴정약종 집안과 후손의 천주신앙(조광 교수) ▴창립선조 후손들의 천주신앙에 관한 신학적 재조명(심상태 몬시뇰) 등이 맡았다.
또한, 박동균 신부(서울대교구 반포4동 주임, 시복 대상자 선정위원)와 조현범 교수(한국교회사연구소), 김학렬 신부(용인대리구장), 서종태 교수(전주대학교 교수), 조한건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이석재 신부가 이에 대해 논평했다.
시복시성에 요구되는 성덕과 덕행의 영웅성
수원가톨릭대학교 최인각 신부는 ‘시복시성에 요구되는 성덕과 덕행의 영웅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교회가 시복시성을 준비하면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최인각 신부는 ‘성인 후보(하느님의 종)들이 삼위일체 하느님과 교회와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며 투신하였는가를 면밀하게 조사·연구하여 밝히는 한편, 살아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모범이 되고 교회에 도움이 되느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복시성 진행 과정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복시성에 요구되는 성덕과 영웅성’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추구하는 덕목으로 향주삼덕(신·망·애)과 사추덕(지·의·용·절)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되, 일정한 시간과 습관, 습성 및 자연스러운 가운데 다른 이들도 인정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성덕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실천한 덕행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비평가와 교회적인 평가를 통하여 성덕의 명성을 얻게 되는데, 이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성덕을 이루는 덕행의 영웅성’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인각 신부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인간의 본성을 넘는 덕행의 실천은 그리스도적이어야 하며, 보통과는 다른 비범함과 구체적이고 자발적인 보다 높은 수준의 덕행위 실천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이는 ‘전통적인 덕행의 영웅성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에 와서 전통적인 덕행의 영웅성의 조건을 일상적이고 고유한 신분 안에서 이루어지는 덕행에서 찾고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어왔다”고 말한 최인각 신부는, “이는 보다 많은 이들을 성화에로 초대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시복과 시성이 보통 신분(평신도)에서도 가능하고 많은 이들이 복자품에 성인품에 오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역설했다.
최인각 신부는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 우리에게 많은 성인의 탄생은 기쁨인데, 이는 하늘나라를 향한 여정에 도움이 되는 공적인 전구자가 늘어나고 우리 신앙생활의 모범자가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우리는 창립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는 창립선조들의 순교규명과 그 평판에 초점을 맞추어왔다”고 밝혔다.
“특별히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 후손들의 천주신앙’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이번 심포지엄은 창립선조들이 실천했던 성덕의 영웅성을 보충하고 확인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 최인각 신부는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은 이 창립선조들이 탁월한 업적과 덕행을 통하여 이루어졌고 전수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창립선조후손들의 천주신앙을 규명하는 것은 한편으로 창립선조의 신앙을 규명하는 것이며, 그들의 업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이고, 그분들의 덕행의 탁월성과 비범함과 하느님의 특별한 도우심을 밝히면서 그분들의 성덕의 평판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약종 가족의 천주교 신앙 실천
고려대학교 조광 명예교수는 “조선의 천주교사 초기에 등장하는 정약종은 당시 사회사상과 교회사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 평하면서, 그의 순교이후 그 가족의 향방 즉, 생활과 생각, 신앙에 대해 기록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조광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정약종의 직계가족들은 모두 새롭게 받아들인 신앙을 깊게 이해하고 실천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신앙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렸으며, 그의 가족인 부인 유 씨와 정하상, 정정례 등 3명은 이미 성인으로 선언되었으며, 현재 시복심사 단계인 정약종 본인과 그의 장자 정철상을 포함하면 세계교회사상 전무후무한 일가족 5명의 성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광 교수는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들은 그들을 통해 진실과 정의에 대한 자세를 검증할 수 있으며, 그들의 진실과 정의에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가 함께 하고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정의와 사랑의 조화를 생각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광암 이벽 가족과 후손의 천주신앙
‘광암 이벽의 부인인 유한당 권 씨의 초기 한국 교우 공동체 안에서 문화 활동과 그의 저서인 순한글 본 여성교육서인 [언행실록] 내용을 통하여 초기 한국 여교우들의 교육과 신앙’에 대해 논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김옥희 수녀는 한국 천주교회위 초기 여성사에 나타난 대표적인 여성인 유한당 권 씨의 [언행실록]을 통하여 천주교에 접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이 어떻게 이 새로운 의식에 접근하게 되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신앙을 받아들인 유한당 권 씨가 교회 창립에 공헌한 문화적인 작업을 매우 단편적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김옥희 수녀는 ‘광암 이벽의 직계 가족과 형제들의 유배내용, 그리고 족보에 나타난 경주 이씨의 이동과 교우촌 형성 및 광암 선생 경우 이씨 후손들의 순교자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승훈 후손들의 천주신앙
이승훈은 관으로부터 천주교신자로서 신앙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인물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를 배교한 인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나라 가톨릭교회를 여는데 지대한 공로를 세운 사람이다.
영남대학교 김정숙 교수는 이렇게 관과 교회 양쪽에서 용납되지 못하는 이승훈과 관련해 그 후손들을 정리하고 그 후손들의 천주교 신앙 활동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김정숙 교수는 그 방법으로 신앙의 자유가 오기 전까지 신분사회에서 이루어진 이승훈 후손들의 통혼을 살피고 그 가문의 성격과 지위들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천주교 신앙을 가진 후손들을 찾아 그들의 활동을 본 결과 이승훈 가계는 혼인을 통해서나 교회활동으로 보나, 외적으로는 천주교 신앙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집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후손 모두가 교회가 어려울 때마다 중요한 일을 해왔으며, 이는 다른 교우들이 그들과 같이 일을 하고 그들에게 일을 맡겼다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결론으로 김정숙 교수는 “이승훈이 신앙인으로 죽었든, 신앙인이 아닌 상태로 죽었든 그의 공과가 더해지거나 덜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제 이승훈에 대해 그가 역사적으로 기려져야 할 점과 신앙적으로 기려야 할 점을 나누어 볼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교회를 떠난다는 결심과 배교가 같은 문제인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철신, 권일신 후손들의 천주신앙
원주교구 배론성지 주임 여진철 신부는 한국천주교회의 창설주역인 권철신과 그의 동생 권일신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이때, 그들의 죽음 이후 친척 및 후손들의 신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진철 신부는 “권철신의 둘째 사위인 이용섭과 그의 손자 이문우, 권철신의 아들 권상문, 부인 오숙혜 등이 대부분 순교나 유배생활을 하였고, 권일신의 아들 권상학 및 그의 딸 권천혜도 순교나 유배를 당했으며 그 외 일가 친척 대부분 조선왕조 초기 천주교회의 기둥역할을 한 것만이 아니라, 조선왕조 신유·기해·병인 박해 기간 동안 신앙을 지켰던 큰 집안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에 관한 신학적 재조명
이번 제4차 심포지엄에서 창립선조들이 후손들의 생애와 실상을 통해 선조들의 신앙적 삶과 죽음의 실상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 그리스도 사상연구소 심상태 몬시뇰은 그동안 이벽,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 등 한국교회 창립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3차례의 세미나 과정을 소개하고 각 논문 발제자들의 논문을 읽은 소감과 논평을 했다.
심상태 몬시뇰은 “그들의 후손 역시 ‘그 조상의 후손’이라는 말이 그대로 해당되듯이, 창립선조들의 비범한 신앙생활과 순교를 거의 판박이처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을 훌륭히 드러내보여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결론으로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라고 한 교부 테르툴리아노의 명구가 우리 한국교회에 그대로 해당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천구교회 창설주역 시복시성을 위한 심포지엄 여정은 2002년 1차 심포지엄 ‘한국 천주교회 창설주역과 천주신앙’에 이어 2005년 2차 ‘한국 천주교회 창설 주역 이벽의 죽음과 순교’, 2009년 3차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 권일신과 권철신, 이승훈의 순교사실과 그 평판’이 그동안 진행되어 왔었다.
취재 및 사진 : 이상숙 명예기자
사진 :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