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창립 제233주년(1779~2012) 기념제’가 6월 24일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성남·용인 대리구장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 수도자,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 창립선조 후손, 평신도, 사회 내빈, 예비신자 등 3,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진암성지(전담 변기영 몬시뇰)에서 장엄하게 거행됐다.
이날 기념제는 ‘한민족 100년 계획 천진암 대성당 건립현장’에서의 제1부 기념식과 제2부 기념미사 봉헌 및 성체현시·강복 그리고 ‘창립선조 5위 묘역’에서의 신심예절로 이어졌다.
오전 11시 성남대리구장 조원규(야고보) 신부의 개회선언에 이어 가곡 ‘고향의 봄’을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가운데 예비신자들을 환영하는 뜨거운 박수로 기념제가 시작됐다.
이용훈 주교는 기념식사에서 “233년 전 이벽·권철신 등 선조들이 자발적으로 교리를 연구하고 실천했던 거룩한 이 땅은 신앙의 발상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전임 교황님들께서 1779~1835년까지 56년간 선교사 없이 평신도들의 노력으로 신앙 활동을 유지했던 한국천주교회를 격찬한 바 있다”고 전한 이 주교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창립선조들의 정신을 이 시대 복음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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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주교는 특히 “한국천주교회 연원 등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으로 대성당 건립이 주춤거린 바가 있었다”며 “순교 신심을 더욱 꽃피우기 위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80여만 교구민들에게 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복시성기도문을 매일 정성스럽게 바칠 것을 거듭 요청했다.
경기도를 대표한 김문수(모세) 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사회통합과 평화의 시대를 이끄는 가톨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신론 공산주의자들의 무력 남침으로 6.25 한국전쟁 때 순교한 주교·신부·수도자·신학생과 300여만 명의 희생자들 영혼을 위한 용인대리구장 김학렬(요한사도) 신부의 위령기도가 있었다.
기념미사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곳 천진암성지는 항상 저를 기도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차게 한다”며 “첫 순교자인 요한 세례자처럼 한국천주교회 창립 선조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황대사는 “이곳에서 복음적 진리를 이끄시는 성령의 존재를 느낀다”고 말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인 올 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신 그분과 인격적으로 하나 되어 사랑이 충만하도록 하느님께 청하자”고 덧붙였다.
이날 점심식사 중에는 이삼 스님과 무형문화재 전승자 및 전문 국악인들의 대금·가야금·해금 등 전통 기악과 시조창 그리고 ‘거상악’과 ‘여민락’ 등 합주가 격동 없이 잔잔하고 평화롭게 흘러 6월의 앵자산 자락 천진암성지를 휘감고 있는 신록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후 3시 창립선조 5위 묘역에서는, 이용훈 주교 주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천주교회 창립’에 관한 강론(1984년 10월 14일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내용을 새긴 비석의 제막식과 축복식이 거행됐다.
이날 천진암 대성당 터에서 첫돌이 갓 지난 금비(데레사)·단비(클로틸다) 쌍둥이 자매를 유모차에 태우고 미사에 참례한 이순례(예비신자·40·퇴촌본당) 씨는 “두 딸을 돌보며 교리를 터득하는 대로 빨리 세례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창립선조 후손회 권혁훈(가스발·65·서울대교구 성북동본당) 회장은 “거룩하고도 장렬한 죽음으로 진리를 수호한 선조의 후손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 시대를 살며 굳건한 믿음으로 복음의 증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기화 명예기자